친환경농산물 기르는 꿈 많고 따뜻한 농부
19 - 백수읍 박영일·조해옥씨 부부
백수읍 천마리에서 친환경농산물을 길러 판매하는 박영일씨의 두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농사를 지어 판매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농부이지만 엄마같은 마음으로 넉넉한 정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기를까를 먼저 고민한다고 했다. 1년 농사를 준비할 때가 가장 설레인다는 그.
취미로 시작해 직업이 된 즐거운 농사
박영일·조해옥씨 부부가 아내 조해옥씨의 고향인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은 3년전이다. 20년 동안 한국야쿠르트에서 근무하던 남편 영일씨는 유난히 취미활동을 즐기던 사람이었는데 귀농하기 몇해전부터는 농사일에 새로운 취미를 붙였다.
해옥씨는 “10년전 친정아버지께서 경작하시던 땅을 두고 돌아가셨는데 남편이 주말마다 이곳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며 “시댁도 충남 논산에서 딸기농사를 짓는데 아마 그 영향 때문에 남편도 농사를 즐거워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광주에서 영광을 오가며 취미로 농사를 짓던 남편 영일씨는 3년전 어느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영일씨는 “일반 농산물이 아닌 우리 몸에 좋은 농산물,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는 특수한 농산물을 생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그길로 과감하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한다.
부부는 당시만 해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여주, 돼지감자, 야콘 등 특수밭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재배한 작물을 지인들에게 선물했는데 반응이 좋아 점차 경작규모를 늘려 지금은 3,000평 정도의 밭에서 여주를 생산해 판매한다.
부부가 운영하는 <나눔농장>은 여주 외에도 돼지감자, 고추, 양파, 쌀 등의 친환경농산물을 길러 판매한다. 주요 고객은 다음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파종부터 수확까지 <나눔농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친절하게 사진까지 찍어 올리는데 이를 보고 고객들은 필요한 농산물을 구매한다.
영일씨는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통해 그때 수확되는 농산물을 주문하는 전화를 해요. 나는 그 사람들을 모르지만 그 사람들은 제 일상을 속속히 다 알죠. 연예인이나 다름없어요”라고 웃는다.
물건 판매를 하면서 이어진 인연은 부부에게 소중한 재산이다. 비록 서로 안면을 익힌 사이는 아니지만 고객의 사소한 것도 기억하고 정을 나눈다.
영일씨는 “만약 물건에 불만을 나타낸 고객이 있으면 포스트잇에 적어서 책상앞에 붙혀놨다가 다음에 그 고객이 다시 주문하게 되면 지난 일을 사과하는 손편지와 함께 다른 농산물도 함께 포장해 발송한다”며 “언제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농사꾼이 되는 것이 꿈이다”고 말한다.
농사가 정말 즐겁다고 말하는 그는 열정이 넘치는 꿈 많은 농부였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