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전문가들 유기농감 전문가 되다
23 - 영광읍 임세훈·심성미씨 부부
30대 젊은 부부의 다짐이다. 영광읍에서 백수해안도로로 향하는 길에서 보이는 <고향애>농장 곳곳에서는 건강한 먹거리를 재배하고 판매하고자 하는 임세훈·심성미씨 부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서울에서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일한 임세훈(38)씨와 웹디자이너로 일한 심성미(36)씨는 2012년 잘 다니던 직장생활을 정리했다. 장남이었던 세훈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20년 동안 가꿔 온 감농장을 혼자 관리하던 어머니를 도와 <고향애>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컴퓨터 전문가들 시골에 정착하다
아버지, 어머니는 농산물공판장에 감을 내다 팔았지만 그는 카페를 개설하고 소비자와 직거래를 시작한다. 그리고 단감은 ‘행운예감’, 대봉은 ‘행복예감’이라는 이름으로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마치고 <고향애>농장만의 친환경 감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부부가 판매하는 감은 이미 영광지역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어느 정도 유명세를 얻었다.
하지만 “아직도 초보농부다”고 말하는 세훈씨는 “감에 관한 이론은 빠삭하지만 농사는 이론만으로는 안되는 것 같다. 날씨, 온도 등과 같은 자연환경의 영향이 큰 것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농사를 해온 경험은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농촌과 동화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초보농부의 겸손함이 마음에 와 닿는다.
부부는 지난해부터 영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재능기부를 통해 귀농귀촌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농사에는 초보이지만 컴퓨터분야에서는 알아주는 전문가인 부부가 영광지역의 농부들과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
마침 농업기술센터에서 전산실을 개방해 줬고 부부는 블로그 만들기, 나만의 명함 만들기, 전단지 만들기 등을 교육하며 농부가 직접 자신이 기른 농산물을 홍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웹디자이너였던 아내 성미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각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의 장점만을 살려 아기자기하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명함과 전단지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남편 세훈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우리 아내가 저렇게 실력이 있는지 몰랐다”고 헤벌쭉 웃는다.
별난농부들과 함께 하는 별난장터
농사를 짓기 위해 귀농한 농촌에서 전공을 살려 뜻밖에도 ‘선생님’이 된 부부는 지난 토요일부터는 <고향애> 앞마당에 귀농·귀촌인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별난장터를 열었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농사를 짓는 영광지역의 모든 농업인, 이웃들과 함께 모여 시너지효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별난농부들의 별난장터에서는 <고향애>농장의 단감부터 고추, 아로니아, 천일염까지 다양한 농산물을 구경할 수 있다.
“농부들이 자신이 키운 농산물을 스스로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할 뿐이예요. 오늘이 별난장터를 처음 여는 날인데 앞으로 잘 돼서 다함께 잘 사는 농촌이 되길 바랍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