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가득 담은 농산물 기르는 해맑은 부부
23 - 백수읍 김용현·홍선화씨 부부
2014-10-30 영광21
“군대 전역후 일찍이 고향을 떠났지만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흙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내가 귀농을 하자고 해서 좋았죠. 그런데 나는 시골에서 자라서 농사일이 힘든 줄은 알았지만 저 사람은 멋모르고 왔죠”라는 남편 용현씨의 말에 선화씨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맞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본인도 “농사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라고 말할 만큼 귀농은 조금 무모하기도, 용감하기도 한 선택이었다.
“우리 친정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미래는 먹을거리가 무기가 되는 세상이다’라고 하면서 친환경, 유기농에 대해 강조하셨어요. 그러다보니 저도 자연스레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죠. 그래서 친환경농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귀농을 했죠.”
햇볕에 말린 태양초 ‘해품초’
대부분의 귀농·귀촌인들은 남편이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해서 농촌생활을 시작하지만 이들 부부는 반대로 아내 선화씨가 적극적으로 귀농을 준비했다. 그녀 혼자 여주농업대학에 다니며 친환경농법에 대해 공부하고 차근차근 귀농을 준비해나갔다.
그런데 막상 농촌생활은 생각대로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농사를 통해 생계를 꾸려가야하는 입장에서 관행농법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
그러나 고추와 쌀은 최대한 타협하지 않고 고집스러운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햇볕에 말린 ‘해품초’는 색깔이 곱고 맛도 더 뛰어나다.
선화씨는 “햇볕에 말리니 영양도 더욱 풍부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건강한 고추다”고 소개한다.
부부가 8,500여평 가량 재배하는 벼도 오로지 친환경농법만을 고집하고 있다. 풀이 무성한 논을 보며 마을주민들로부터 잔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부부만의 농법으로 쌀을 생산한다.
남편 용현씨는 “처음에는 쉽지 않았는데 농약을 안하니 땅도 갈수록 정화가 되고 있는지 매년 수확량도 늘고 쌀도 좋다”고 말한다. 이에 질세라 선화씨도 “우리 쌀로 밥을 지어먹은 분들이 맛있다고 또 찾는다”고 자랑한다.
“해를 품은 농장 판매장 만들고 싶어”
올해로 귀농 5년차인 부부는 지난해 백수해안도로로 가는 길목에 땅을 샀다. 처음에는 농지를 임대해 사용하다가 3년여만에 부부만의 농장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농부로서의 꿈도 하나 생겼다. 길가에 작은 판매점을 열고 직접 생산한 친환경 태양초, 친환경 쌀을 판매하고 싶다고.
이들 부부는 “우리 부부만의 친환경농산물 판매점을 여는 것이 목표다”고 활짝 웃는다.
농사가 날씨, 기후 등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오롯이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서 쉽지만은 않지만 매년 조금씩조금씩 꿈을 이뤄나가는 부부의 부지런함이 남다르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