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보안 ‘구멍’ 군민들은 “글쎄” 그러나 …
지역주민 실체적 위험 못 느껴 … 홍농·백수 등 원전주변지역도 잠잠
■ 한수원 발전소 내부자료 유출 파장
스스로 원전반대그룹이라고 칭하는 해커가 한수원 내부자료를 빼내 인터넷상에 공개한 사건이 발생해 한수원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이 해커가 25일 크리스마스부터 고리 1·3호기와 월성2호기의 가동을 중단하라고 협박하며 5차례에 걸쳐 연일 원전 내부자료를 인터넷상에 공개하고 있어 상황이 더욱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수원은 22~23일 2일간에 걸쳐 대대적인 사이버공격 대비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한수원측은 “원전운전 제어시스템은 물리적으로 외부와는 물론 내부 업무망과도 완전히 분리, 운영돼 사이버공격에 의한 악성코드 침투가 불가능하다”고 안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한수원의 모의훈련을 비웃기라도 하듯 23일 오후 다시 한번 sns에 고리 1·2호기 운전용 도면, 월성 3·4호기 최종안전성 분석보고서내 도면, 발전소 안전·성능분석 코드, 일본 신형원전 모의훈련 구동화면 캡쳐파일 등을 공개하며 원전가동중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서도 한수원은 여전히 “원전의 안전운영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국가안보시설인 원전의 보안에 구멍에 뚫렸다며 국가재앙수준의 사건이라고까지 표현하는 등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한수원이 2년전 감사원의 감사에서 원전 감시제어시스템 등 사이버테러에 취약한 것으로 지적받았다는 지적과 사이버 보완책 마련에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심각한 보안문제로 보는 외부의 시각과 달리 영광지역 주민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이버상의 해킹이라는 개념이 생소한데다가 실체가 없고 해커가 고리와 월성을 주요 겨냥하고 있는 점 등의 이유로 다소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 수년간 원전에서 발생한 안전과 직결된 각종 사건사고와 비교하면 양호하다는 의견도 있다.
홍농읍 주민 A씨는 “지금까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험한 수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해서 그런지 이번 해킹사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도 “영광지역 주민들은 직접적인 기계결함에 대해서는 예민하지만 해킹의 위험성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영광지역에서 주도적으로 안전한 원전운영 등을 주장해온 종교·환경단체 등도 이번 사건에 대해 아직 이렇다할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23일 열린 한빛원전민간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서는 논의조차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영광지역 내부와 외부의 온도차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한빛원전 감시기구 관계자는 “원전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은 큰 문제이긴한데 현재로서는 지역내에서 조치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