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이 폐쇄되는 날까지 안전하게 감시하겠다”

■ 특별인터뷰 -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기구 이 하 영 부위원장

2014-12-31     영광21

지난 2012년 한빛원전에서 짝퉁부품 납품비리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민관합동대책위는 지역주민과 민간측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성검증단 구성에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해 한빛1호기 안전성검증단을 구성해 예방정비기간 동안 원자로의 압력경게 등의 건전성 확인을 위한 첫 활동을 시작했다.
민간감시기구는 현재 한빛3호기를 제외한 5개 원자로에 대한 검증활동을 마무리했으며 내년 3월중 한빛3호기에 대한 검증활동도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역주민과 민간측 추천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성검증단은 영광지역에서 최초로 활동한 전례없는 활동이었던 터라 시행착오도 많았고 아쉬움도 더욱 크다.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 이하영 부위원장을 만나 지난 1년 6개월간의 안전성검증단 활동이 남긴 성과와 한계,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안전성검증단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가장 먼저 발전소 안전성 진단에 주민이 참여한다는 주민참여가 핵심이죠. 그 다음에 실질적인 안전성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즉시 조치하고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도록 한 것이 수백건에 달해요.
또 후쿠시마원전사고와 같은 중대사고에 대비한 좀 더 체계적인 규정, 관리시스템에 관한 부족함 지적, 또 화재나 지진, 해일 등에 대비한 안전장치의 미흡함 등 꽤 많은 문제점도 지적했죠.
무엇보다 주민들이 참여해 사업자와 규제기관의 독점적 구조를 허물어가면서 다시 한번 사업자와 규제기관이 긴장하게 하고 안전한 운영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일부에서는 검증단을 향한 비판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속 터지죠. 왜냐하면 밖에서 피상적으로 보는 것하고 실질적으로 법과 제도의 한계 속에서 주민의 관심과 욕구는 충족시켜줘야 하고, 사업자는 법 제도 안에서 움직이는 거고 우리는 한마디로 법 테두리 밖에서 떼쓰는 거라 일반 주민이 보는 시각과 우리 내부의 감시위원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죠.
첫번째 감시위원회의 한계는 힘의 한계인데 힘은 법을 통해서 부여받을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감시기구는 그러한 법적 권한을 별로 갖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일정 정도는 군민과 사업자 한수원의 합의에 의해, 아니면 거의 떼쓰고 강압에 의해 사업자의 약점을 치고 들어가는 것이죠. 현재 이런식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 어떤 권한부여에 의해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예요.
감시기구 설립은 최초에 한빛5·6호기를 건설하느냐 마느냐 하면서 논의가 됐어요.
그런데 나는 농민회 사람으로 이에 대한 정부의 제안을 받지 말자고 주장했어요. 왜냐면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시기구의 권한이 없더란 말이죠. 적어도 감시기구의 활동결과 문제가 있으면 발전소를 정지시키는 권한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이를 강력하게 반대했는데 차후에 ‘어차피 5·6호기 건설하는데 우선 감시기구를 설립하고 나중에 권한을 채워나가자’하고 설립이 됐죠.
그때 농민회는 참여를 안했고 저도 나중에서야 등 떠밀리다시피 감시위원회에 들어오게 됐죠. 와서 보니까 우리가 성명서도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요. 서류 한 장을 요구할 권한도 없었고,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원전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조금씩 범위를 확장해 원자로 안까지 조금씩 활동을 확장해 나갔죠. 지금도 법적인 제도는 마련되지 않았어요. 그저 사업자와 끊임없이 협의해 땅따먹기 하는 식으로 활동범위를 확장해 나간거죠. 그게 한계예요. 감시기구가 가진 법적 권한은 없는데 주민들의 바람만 있는 거죠.

검증단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아쉬운 점은?
안전성검증단 활동을 하면서 지역주민들이 안전성검증에 임하는 목표와 구체적 검증방안에 대한 검증단의 활동의 목적, 방향 등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점이 먼저 선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어려움이 있었죠. 앞으로도 안전성검증단과 같은 활동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점을 보완해야 해요.
두번째 한수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발전소내 인력충원이 시급해요. 우리 안전성검증단이 활동하면 현장실무자들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해요. 이미 업무량이 상당한데다가 우리가 요구한 자료까지 제출하자면 격무에 시달리죠.
현재 경쟁력 강화라는 이유로 인력을 축소했는데 발전소만큼은 이윤추구보다는 안전성 확보에 최우선을 둬야 해요. 인력충원을 통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해요. 그래야 우리의 안전성검증 활동도 보장받을 수 있어요.

앞으로 감시기구에 남겨진 과제는?
우리 검증단이 현재 거의 대부분 활동을 마무리했고 3호기만 남겨뒀는데. 이 활동을 통해서 발전소 안전운영과 신뢰확보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있어요.
먼저 발전소 설비가 노후화되고 있고, 어찌됐던 사업자가 발전소 운영을 독점하고 규제는 원안위가 독점하고 있죠. 운영과 규제를 정부와 사업자가 독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독점이나 폐쇄성을 극복하는 것은 개방이고 함께 하는 것인데 주민이 참여한다는 것은 독점과 폐쇄의 그 벽을 허문다는 것이죠. 안전성검증단 활동이 당장은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겠지만 현재 정부와 한수원의 독점과 폐쇄성을 깨트려가는 과정이에요. 장기적으로는 지자체가 됐던 지역주민이 됐던 발전소 안전성검증에 참여하도록 하는 법적제도를 만드는 것이 꿈이예요.
또 한가지는 신뢰예요. 신뢰라는 것은 우리가 직접 참여해서 발전소 안전을 확인해 주민과 함께 하는 것이죠. 신뢰를 통해 수십년간 원전이 있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기죽고 그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 덧씌워진 나쁜 이미지를 함께 극복해가자는 거죠. 신뢰는 발전소의 안전한 운영을 통해 확보되는 거고요. 한수원도 정치적인 상생과 소통의 의미가 아닌 안전한 원전운영으로 상생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죠.

독자적인 전문가그룹 육성 필요해
마지막으로 검증활동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면 독자적인 제3지대의 전문가그룹을 육성하는 거예요. 우리 검증단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있지만 여기도 독점이예요. 핵산업계가 핵마피아 중심으로 독점인 구조죠. 그러면 우리가 검증활동을 할 때 해외가 아니면 국내에서는 객관성을 갖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나름대로 한수원 사업을 최대한 적게 한 사람, 최근 납품 등을 하지 않는 사람 등을 최대한 찾아 검증단을 구성하지만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제3지대의 전문가그룹의 발굴과 육성이 필요해요. 이를테면 독립적인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가그룹이 필요한 거죠. 이를 우리가 키워야 하죠. 이러한 전문가그룹을 육성하는 것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하고 전문가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줘야 해요. 영광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원전도 발전소가 노후화 돼 가고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한 독립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역할이 중요시되는 시점에서 제3지대의 전문가들이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지자체와 감시기구가 중심이 돼 전문가들의 월급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교육하고 이를 활용하는 제3의 지대의 형성으로 독립적인 안전성 확인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죠. 검증단활동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꿈을 키우고 논의를 진행중이예요.
또 감시센터 직원들도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갖추도록 해야 해요. 원전사업자지원비 등을 조금씩 투자하면 되는 일이예요. 이렇게 되면 전문가그룹은 전문가대로, 감시센터는 감시센터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전문성을 갖추고 한수원의 안전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되죠. 이것을 예전에 우리가 먼저 시작했어야 하는 거죠. 지금이라도 그렇게 해야 돼요.

마지막으로 지역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검증활동에서 보여지는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향후에 발전소 안전운영을 위한 미래지향적, 장기적 관점으로 검증활동을 바라봐 줬으면 좋겠어요. 지역주민이 힘을 실어줘야 검증단도 안전성 검증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보여주고 사업자에게도 무언가를 주장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데 현재 그렇지 못한 측면들이 상당히 아쉬워요.
현재 모든 활동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조직이나 크고 작은 잡음이 있는 것처럼 이를 감시기구 전체의 문제로 확대, 왜곡해 바라보는 것보다는 완벽해지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방사능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전이 노후로 폐쇄되는 그 날까지 감시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 할 계획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십시오.
이서화 기자 lsh122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