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도대체 뭘 보고 뽑아야 하나 ‘깜깜’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후보자 검증기회 박탈·지나친 조합장 출마자격 강화 등 문제

2015-02-26     영광21

■ 허점투성이 조합장선거법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합장선거법과 조합장 출마자격이 유권자의 선택의 폭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번 조합장선거는 기존에 허용하고 있던 합동연설회, 정책토론회를 허가하지 않아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예비선거운동을 허용하지 않고 선거운동마저 후보자 본인만 가능하도록 제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각 조합이 대의원총회에서 결정한 자체적으로 정관에 따라 출마자격조건도 강화해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후보자 연석회의가 불법선거?
법성·홍농농민회가 지난 23일 개최하기로 했던 지역농업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연석회의가 영광군선관위의 제지로 무산되자 농민 등 유권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 자리는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조합장 후보자를 초청해 후보자의 공약을 들어보고 11가지 항목의 공개질의서를 통해 유권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연석회의가 개최되기로 한 당일 아침 군선관위가 조합장 후보자들에게 연석회의 참석시 불법선거로 간주해 처벌하겠다는 일방적 통보를 해왔다. 이에 농민회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유권자의 알권리 침해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했다.

농민회측은 “사전에 군선관위에 연석회의 개최가능 여부를 물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적법한 절차에 의해 추진했는데 당일 갑작스럽게 무산됐고 후보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겁박수준이다”며 “연석회의 개최에 대해 10일전에 군선관위에 문의할 당시에는 아무 문제없다고 해놓고 당일에 와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말 바꾸기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농민회의 주장처럼 영광군선관위는 농민회와 사전협의 과정에서 마이크 사용금지, 20명 이내 초청, 후보자 개별면담 방식인 경우에는 연석회의 개최가 가능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와 영광군선관위관계자는 “농민회가 주최한 연석회의는 불법이며 사전에 협의된 내용은 의사소통과정에서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간담회나 토론회를 할 경우 불법으로 해석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선거법
A조합 조합장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이대로는 선거운동을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현직 조합장이 조합의 이름을 앞세워 계획된 예산명목으로 건강검진, 농업교육, 식사제공 등을 하고 있음에도 현 조합장선거법에 따르면 불법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B조합 후보자도 “조합의 경조사비는 관혼상제에만 쓰게 돼 있는데 병문안비로 쓰고 있는 현직 조합장도 있다고 들었다”며 “이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선거운동과 토론회가 불가능한 현시점에서 선거법이 현직조합장에게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편 현직 조합장과 경쟁하는 후보자 대다수는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조합장선거법이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장선거 출마자격 완화 필요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치르는 영광지역 8곳의 조합중 출자금에 따른 조합장 출마자격요건을 갖춘 조합원 비율이 20%를 넘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B조합의 경우 조합장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춘 조합원은 전체 조합원 3,805명중 60명에 불과하다.
전체조합원의 2%만이 조합장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조합장 출마자격 요건이 강화될 경우 조합장 출마 폭이 좁아지는 것은 물론 많은 조합원들이 조합경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일부 현직 조합장들이 다음 조합장선거에 수월하게 당선되기 위해 대의원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함으로써 조합장 출마요건을 강화하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지 않고 조합원의 피선거권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민주적이야 할 협동조합의 선거가 민주주의의 취지에 다소 어긋나는 등 허점투성이다.

일부에서는 농·어촌에서 쉽지 않은 고액연봉과 업무추진비, 예산편성과 인사권을 가진 막강한 권력의 조합장 자리는 군수 부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부정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선관위에 위탁해 치러지는 첫번째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취지가 선거법제도상의 허점으로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