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재가동시 안전성 보장 어렵다”
민간검증단, 월성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보고서에 부정적 판단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월27일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된 월성1호기에 대한 수명연장을 허가했다. 월성원전이 위치한 경주시도 원안위의 이 같은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안전성 확보 미흡과 결정과정에서의 문제를 지적하는 주민, 환경단체와 경제논리를 내세운 지자체, 원안위, 한수원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경북 경주시에 있는 월성원전1호기는 1983년 4월22일 첫 운전을 시작했다. 경주시장이 원안위의 재가동 결정을 수용하면서 12년 11월 설계수명 만료후 지금까지 2년4개월째 가동이 중지된 월성1호기는 2022년까지, 즉 설계수명 만료기준으로 10년간 더 수명이 연장됐다.
한수원은 재가동을 위한 안전 설비투자 등에 이미 5,600여억원을 투입해 안전하게 운영될 설비와 체계를 갖췄다는 점과 전력수급 문제, 유럽보다 엄격한 기준의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점 등을 들어 재가동이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원안위 역시 한수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 2월26일 제35회 원안위 회의에서 다수 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계속 운전을 허가하기로 의결했다.
경주시장은 이러한 결정을 수용했고 원안위와 민간감시기구를 통한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하며 그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해 주민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수원과 정부의 주민 신뢰성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실천방안 제시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수명연장 반대측은 지역주민의 반발과 국회 예산정책처가 월성1호기 폐로 후에도 전력수급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 밝힌 점, 민간검증단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민간환경감시센터는 경제적 논리로만 원전의 위험성을 판단한 이번 결정이 큰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고 시민단체는 이번 결정이 날치기처리라며 반발했다. 또 녹색당, 녹색연합 등 8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원안위가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결격사유 있는 위원을 표결에 참여시킨 점,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이번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월성1호기가 중수로임을 이유로 재가동을 반대하고 있다. 중수는 중성자와 반응해 삼중수소를 만드는데 삼중수소는 기체상태에서 베타선을 방출해 체내에 들어와 방사선 피폭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 원전 가운데 중수로 타입은 월성원전이 유일하며 세계적으로도 가동중인 발전용 원자로의 약 80%가 경수로이다.
이처럼 수명연장 찬성측과 반대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15일에는 국회의원회관 2층에서 <원전위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공청회에 다시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울산대 김연민 교수는 민간검증단의 <월성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보고서> 등을 발제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재가동은 안전성 보장이 어렵고 주민의견수렴, 스트레스테스트의 적합 기준 재고 등의 절차를 거쳐 재가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본지에서는 김연민 교수가 발표한 민간검증단의 월성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보고서 내용을 게재한다.
/ 편집자 주
내진 설계기준 등 안전기준 못 미쳐
스트레스테스트는 극한 상황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나 사업자는 안전한 경로의 시나리오만을 상정하고 있어 스트레스테스트 본연의 평가를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사고와 동시에 방사성물질이 대량 방출되는 시나리오의 경우 기존의 방재계획으로는 다량의 피폭을 방지하는 주민 대피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스트레스테스트 검증과정중 원안위와 사업자는 최신기술기준 적용 및 보수적 평가를 수행했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렇지 못한 측면도 있다.
설계기준이 오래돼 내진설계가 0.2g로 돼 있다. 최신 내진설계기준은 0.3g로 바뀌었으나 스트레스테스트는 1만년 빈도 최대 지반가속도가 0.3g 밖에 되지 않는다고 기술했다. 내진설계기준이 최신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검증에 서류 적합성 위주의 판단을 하다 보니 설비개선에 대한 현장 실증시험 검증이 부족하다고 판단됐다. 실증시험은 사업자가 제시한 절차서를 바탕으로 실제적으로 적용성 여부 및 실효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증절차가 수행됐어야 한다.
계속운전을 전제로 사업자가 설비개선을 먼저 수행하고 규제기관의 심사와 전문가검증단에서 스트레스테스트에 대해 나중에 검증하는 시스템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됐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추가적 설비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사항이 많아 시설개선 완료 후 계속운전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
한편 일본의 후쿠시마사고와 같이 과학자들이 계산한 위험에 대한 통계, 위험 시나리오는 현실 속에서 계속 도전받아 왔다. 따라서 한수원의 스트레스테스트 수행보고서와 기술검증만으로는 월성1호기를 계속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불충분하다.
월성1호기 스트레스테스트의 한계
스트레스테스트는 후쿠시마원전에서 발생한 사고와 같이 발전소의 안전기능을 위협하고 중대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극단적인 사건에 대해 원전의 안전 여유도를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진, 침수 등의 초기사건과 전원 상실, 최종 열제거원 상실 등의 고장이 조합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발전소의 대응능력을 평가하고 안전기능의 상실, 중대사고 관리에 이용되는 예방책과 완화책을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 30년의 수명을 다한 지난 월성1호기의 스트레스테스트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전문가 검증과 민간 검증으로 이뤄지고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를 수명연장 결정에 참조하겠다고 했다.
현재 월성1호기를 대상으로 수행된 스트레스테스트가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다음과 같은 한계점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스트레스테스트의 범위가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에 한정되고 그것도 ‘원전 부지내’라고 하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어 방재 및 비상대응능력의 검토는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 사업자, 지역주민이 함께 하며 또 지역주민이 느낄 수 있는 연합훈련, 합동훈련 등과 같은 실제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대사고 이후의 사업자의 관리능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업자의 중대사고에 대한 훈련이 과연 어느 정도 실제로 수행될 수 있을지를 쉽게 알 수 없다.
스트레스테스트에서 가정한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에 대한 예측은 어느 정도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고 가정은 역사적 사건의 유추를 통한 예측이지만 미래의 사건이 꼭 역사적 기록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안전을 보강하기 위해 안전설비를 추가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복잡성이 증가했다고 판단됐다. 예를 들면 피동형수소제거기(PAR)는 수소농도가 급격히 증가할 때 과연 점화를 일으키지는 않을지,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CFVS)를 언제 개방해야 격납건물의 붕괴를 막고 주민의 방사선 피폭을 줄일 수 있는지 등의 어려운 과제를 남기게 됐다.
스트레스테스트가 원전기술이 가진 원천적 위험성을 제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원전시설은 운전원이 원전을 모두 떠나면 원자로는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설비이다. 피동형으로 가동을 멈추는 원전은 아직 없으며 미래에도 실현되기 쉽지 않고 이중, 삼중, 다중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설비가 필요한 위험 시설이다.
스트레스테스트는 대중에게 마치 완벽한 원전기술이 있는 것으로 비치게 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원전의 가동과 관련한 안전성을 검토하는 절차로 원전 폐로 이후의 관리에 대한 책임이나 의무를 지적하지는 않는다.
원전기술은 중립적 기술이 아니며 중앙집권적, 폐쇄적 속성을 지닌 기술로 비밀주의와 엄격한 보안을 요구하는 기술이다. 또 스트레스테스트는 단지 원전에 대한 기술적 검토로 원전비리, 뇌물 등이 만연한 사회시스템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기술적 측면만을 부각하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테스트가 노후원전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으로 비칠 위험성이 있다. 원전의 신뢰도는 부품 교체로 높아진다는 가정을 하기 쉬우나 설비의 고장률이 욕조함수일 때는 새로운 설비의 높은 초기 고장률 때문에 오히려 설비가 교체된 노후원전은 고장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있다.
월성1호기 계속운전에 대한 의견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은 안전성 측면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성 확인 이외에 몇가지 중요한 다른 측면도 고려해 봐야 할 것으로 판단됐다.
먼저 정책적측면으로 원전정책의 재정립이 필요하며 원전해체시장의 차세대 성장동력화가 필요하다. 고리1호기, 월성1호기 등의 노후원전 폐로를 통한 원전해체기술의 획득이 필요하다.
둘째 경제성측면을 따져보면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시 엄밀한 경제성 평가가 필요하다. 월성1호기는 5,703억원 이상의 노후시설 교체비용이 발생한다. 발전용량의 비중이 적은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전 엄밀한 경제성 평가후 시설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는 노후원전을 사전 설비개선한 후 이를 빌미로 수명연장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민수용성은 앞서 기술했지만 여러가지 원전 현안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안전만을 내세운 계속운전은 지역에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만족한다 할지라도 비기술분야인 주민수용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끊이지 않는 문제제기의 단초를 제공할 뿐이다. 정부와 사업자는 지역에서 제기하는 현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인가를 같이 논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곧 주민수용성을 확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월성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검증결과에 대한 최종 주민보고회시 지역의 의견은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에 대해 강하게 반대의사를 밝혔다. 주민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고 난 이후 계속운전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업자 후속조치 이행방안 제시해야
민간검증단은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승인전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대한 사업자의 후속조치 이행방안이 상세히 중·장기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또 이행에 대한 단계적 확인 절차를 수립해 사업자의 이행 적절성이 검증돼야 한다.
사업자의 후속조치 이행준수에 대한 확인, 검증은 규제기관 또는 별도의 검증주체를 설정해 수행하고 결과에 대해 지역에 충분히 전달될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테스트의 명확한 적합기준이 없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했다고 결정할지 기준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울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