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요금체계 바로잡고 세재 개편해야”

후쿠시마 원전사고 4주기 특별강연, 탈핵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 제시

2015-03-19     영광21

■ 재생에너지 100% 전환 어떻게?

영광지역에서 지난 9일 <후쿠시마원전사고 4주기를 맞아> 특별강연이 개최됐다.
이날 강연에 나선 녹색당 이유진 공동운영위윈장은 <우리도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100%>를 주제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독일을 사례로 들고 핵발전 확대로 역주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을 비판했다. 또 정부가 핵발전소 추가 건립을 위해 내세우는 논리에 대해 반박하며 탈핵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본지에서는 이유진 공동운영위원장의 강연내용을 일부 발췌해 지난호에 이어 게재한다.
/ 편집자 주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녹색당은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로드맵 연구>를 발표하면서 탈핵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안했다.
차기정부 5년(2013~2017년)을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지속가능성을 토대로 에너지 믹스를 바로 잡으며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세대간, 부문간, 지역간 공정한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탈핵 3대 정책, 지역분산형 에너지 3대 정책, 에너지제도 개선 3대 정책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왜곡된 에너지 요금체계를 바로잡고 에너지세제를 개편해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또 에너지정책의 중심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권한을 이전함으로써 에너지 분권을 통한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탈핵 시나리오
녹색당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수립한 <탈핵에너지전환계획>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관리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핵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LNG화력발전을 늘려 핵발전의 공백을 채우는 방식이다.
대신 석탄과 석유사용량을 대폭 축소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기본계획안 보다 적극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뿐만 아니라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인다.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하면 2020년 에너지 예측수요의 5.8% 정도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50% 인상하면 에너지 믹스를 교란하는 가격왜곡을 수정할 수 있고 자발적으로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에너지 효율개선 방안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업체나 대형산업체들도 그동안 활용하지 않았던 부생가스나 폐열을 이용해 자체 공장부지에 자가발전소를 설치하는 등 분산형 에너지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다음으로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 있어서 세대간·부문별·지역별 책임성을 반영하는 공정한 부담의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환경오염, 온실가스, 핵발전사고 비용 등을 반영한 에너지 세제개혁으로 달성할 수 있다. 화석연료와 핵에너지 이용에 따른 외부비용을 내부화하는 탄소세와 핵에너지와 관련된 세금을 신설해 도입한다.
탄소세는 유류와 가스류에만 국한하지 않고 석탄류까지 모두 포함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탄소세만 도입하면 화석연료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핵발전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기 때문에 핵에너지 관련 세금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

이처럼 세제를 활용한 수요관리 정책을 펼친다 하더라도 핵발전이 빠진 자리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바로 대체하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가스복합발전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용량의 가스복합발전은 기존의 전력수급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으며 핵발전 폐쇄가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이렇게 천연가스가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동안 재생가능에너지의 확산 즉 지역에너지 생산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지역의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수요 관리와 생산 확대 정책을 통해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가야 한다.

탈핵을 위한 3대 정책 필요
첫째 국가적인 탈핵결정이 필요하다. 건설·계획중인 원전 중단, 송전탑 건설 중단, 노후 원전 폐기, 기존 원전에 대한 전면적이고 강도 높은 안전성 검사 등이 이뤄져야 한다.
신고리 3·4호기, 신월성 2호기, 신울진 1·2호기 등 건설중인 핵발전소 5기와 765㎸ 초고압송전선로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특히 신울진 핵발전단지 ~ 북경기와 신고리 핵발전단지 ~ 북경남 765㎸ 초고압송전선로 구간은 핵발전소 주변지역의 위험뿐만 아니라 초고압송전선로 건설로 인해 광범위한 지역의 사회, 경제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또 청도를 지나가는 345㎸ 송전선로도 재검토돼야 한다. 이와 함께 기존 설계수명이 종료된 노후 핵발전소 고리1호기, 월성1호기는 전체 시스템 노후화로 사고위험이 큰 만큼 수명연장을 중단해야 한다.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는 핵발전소의 사고, 은폐, 비리 등을 고려할 때 가동중인 핵발전소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전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문제가 드러날 시 폐쇄해야 한다.
둘째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면수정, 탈핵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핵발전 중단, 건설 중인 핵발전소 중단, 수명만료 핵발전소 가동 중단과 초고압송전탑 건설 중단을 반영한다. 이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핵발전 확대와 수출산업화 정책을 폐기하고 장기적으로 2030년 완전 탈핵을 목표로 한 한국사회의 탈핵 로드맵을 준비한다.
셋째 국가적인 에너지전환을 추진한다. 줄어드는 핵발전 비중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수요관리와 가스복합발전,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정책을 펼친다. 우리나라 전력소비량의 절반은 산업에서 나머지 절반은 가정, 상업, 공공부문에서 소비되고 있다. 따라서 산업계에 대한 정책은 중앙정부가 요금과 세제를 통해서 나머지 가정, 상업, 공공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수요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지역분산형 에너지 3대 정책
지역분산형 전력체계 수립을 위해 연간 1테라와트(TWh) 이상의 전기다소비 산업체는 수요의 30%를 자가발전으로 자체 충당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전력수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산업체에게 산업공정상의 폐열과 부생가스를 발전연료로 활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 분산형 지역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지자체가 지역의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수요관리정책과 생산확대정책을 통해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가도록 강화해야 한다.
지역분산형에너지체제 수립을 위해서는 ① 지자체의 지역에너지 계획과 국가에너지 계획의 조화 ② 지자체의 에너지 정책 집행력 강화를 위한 예산 마련 - 지자체 산하 에너지청이나 에너지공사 설립 ③ 재생가능에너지를 투자활성화를 위한 발전차액지원제도 재도입 ④ 재생가능에너지 입지 설정 가이드라인 마련 ⑤ 재생가능에너지에 탑러너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지역에너지체제 구축을 위한 3대 프로젝트로 ① ‘100만 단열개선 사업’을 통한 에너지 효율개선과 에너지복지의 실현 ② ‘10만 에너지 생산자 클럽’을 통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③ ‘5만 에너지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통한 협동경제 시스템 구축을 제시한다.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토건이 아닌 에너지 서비스 개선에 투자함으로써 전력수요 절감, 에너지복지 개선,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에너지제도 개선 위한 3대 과제
에너지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탈핵기본법 제정, 에너지복지법 제정 등이 선행돼야 한다.
<탈핵기본법>을 제정해 탈핵과 관련된 제반 법률적 제도를 갖춘다. 이와 함께 고유가상황의 장기화와 향후 진행될 에너지가격 개선과정에서 악화될 수 있는 에너지 빈곤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위해 에너지복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또 에너지관련 행정기능이 취약한 지방자치단체의 에너지 수요관리, 재생에너지사업, 에너지복지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산과 행정과정에 대한 감시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를 신설해 기존 국가에너지위원회 기능을 포함해 장기적 인 탈핵에너지 전환의 관리에 대한 공론화와 합의 기능을 갖추도록 한다. 집행부처의 경우 기존 지식경제부의 산업지원과 에너지수급과 같이 상호갈등 관계에 있는 정책을 분리시키되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통해 독자적인 에너지행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한다.
한편 에너지 관련 가격, 세제, 공정경쟁, 소비자보호 등은 독립적인 에너지 규제위원회를 신설해 관리하도록 한다. 반면 핵발전 진흥정책을 보조해온 조직들은 변화된 정책전환 프레임에 맞게 원자력문화재단은 해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인적쇄신을 해야한다.
전기요금과 에너지세제의 개편도 우선시돼야 한다. 수요관리의 핵심은 현재 유류보다 낮게 책정돼 있는 전기요금이다.
특히 국내 전력소비의 53%를 차지하면서 원가 이하로 제공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50% 인상한다.
이를 위해 차별적인 면세혜택을 받아온 유연탄과 핵발전에 대해 각각 탄소세와 핵연료세 또는 핵위험세를 도입해 역전돼 있는 전기요금과 유류 특히 난방용 등유간의 상대가격을 정상화시킨다. 이와 함께 현재 도로건설에 60% 이상 사용되는 교통환경에너지세는 에너지수요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로 세출구조를 전환한다.
그렇다면 탈핵을 바라는 우리가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만에서는 2013년 3월 후쿠시마 2주기 반핵집회에 무려 20만명이 참여했다. 대만에는 반핵운동단체가 130여곳이 넘고 가입한 회원만 22만명이나 된다. 참여하는 사람들도 원주민부터 시작해 환경단체, 교수협회, 엄마들의 모임, 노동조합 등 다양하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이들은 <제로핵발전소 다시보기> 순회강연과 탈핵 씨앗강사 100명 양성에 집중했다. 탈핵강사를 양성해서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핵문제를 알리기 시작했고 반핵을 표방한 깃발을 만들어 전국에 배달했다.

탈핵을 위한 단계별 행동전략
전국 곳곳의 상점, 학교, 가정에서 10만개가 넘는 반핵깃발을 달았다. 양팔을 모아 ‘사람 인人’자를 표시하는 탈핵 퍼포먼스도 만들어냈다. “나는 사람이다. 나는 탈핵을 원한다”는 메시지이다.
가수들이 모여 탈핵음반을 만들고 탈핵체조도 만들었다. 유명감독, 배우, 가수들도 탈핵을 표시하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등 탈핵활동이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2014년 초 대만전력과 경제부는 제4핵발전소 안전검사를 서두르면서 핵연료봉 투입을 추진했다. 이에 탈핵운동도 3월 시위준비에 들어갔다.
반핵단체들이 집결해 전국 각지에서 집회를 열고 노란리본달기 운동을 벌였다.
4월27일에는 타이베이시 충효서로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시민들은 새벽까지 도로를 점거하고 제4핵발전소 건설 중단, 기존 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 주민투표법 개정을 외쳤다.
마침내 4월28일 아침 대만정부는 제4핵발전소 1호기와 2호기 공사중단과 봉인을 선언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2년 동안 확산된 탈핵을 위한 시민행동이 얻어낸 성과이다. 시민들의 여론은 국민당 정부와 대만전력에 영향을 행사할 만큼 성장했다.

한국 탈핵운동 대만에서 배우자
한국의 탈핵운동도 보다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직접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이미 한국도 핵발전소를 더 이상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60%를 넘어서고 있지만 시민들의 직접참여는 부족한 상태이다. 그래서 탈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탈핵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탈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해 봤다.
첫째 행동하는 시민들이 모여 국가차원의 탈핵선언을 이끌어내야 한다. 탈핵선언 없이는 탈핵을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후쿠시마사고 직후 독일에서는 25만명이 탈핵집회에 참여했고 결국 앙겔라메르켈 총리는 8기의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2022년 탈핵을 선언했다. 지난해 대만에서도 시민들의 새벽까지 이어진 직접행동으로 인해 공정률 98%의 제4핵발전소 공사를 중단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결국 시민들의 직접행동이 탈핵사회를 앞당겨 왔다.
둘째 선거를 잘해서 탈핵선언을 현실화시킬 계획과 집행체계를 수립할 수 있는 정부를 선택한다. 2030년 또는 2035년의 탈핵시점을 목표로 잡고 탈핵계획을 수립한다. 국가에너지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탈핵과 에너지전환의 비전을 담아야 한다. 대안은 수요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가 기본축이 돼야 한다. 계획과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수립중인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시민들이 참여해야 하고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탈핵시점을 못 박아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선거를 잘 해야 한다. 탈핵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정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녹색당은 2030년까지 탈핵을 목표로 탈핵ㆍ에너지전환기본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셋째 산업용 전기요금 50% 인상을 포함해 강력한 수요관리 정책을 펼친다. 무엇보다 소비량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최소 50% 이상 올려야 한다. 산업계에 대한 낮은 전기요금 부과가 전력소비 급증을 불러왔다.
넷째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부활해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한다.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되는 전기를 원가와 수익을 보장하고 매입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부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실시한 바 있지만 2012년부터 폐지된 상태이다. 이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 발전차액지원제도에 들어가는 재원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분 등으로 마련하면 된다. 핵발전에 대한 연구개발예산을 재생가능에너지로 돌려야 한다. 핵발전에 쏟아 붓는 연간 5,000억원이 넘는 연구 예산을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해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지역에너지 체제로 전환한다.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가 많은 부산, 전남, 경북, 인천, 충남 지역 주민들은 환경과 건강 피해를 입으면서 송전탑 근거리에 살게 된다. 반면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대전과 같은 도시는 전력자립도가 5%도 되지 않는다. 이제는 지자체들이 수요관리와 생산을 통해 전력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서울시는 이미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재정을 배분해야 한다. 에너지 분권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자기 지역에 맞는 자립계획과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해 송전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대로 계산해서 전기를 공급받는 지역에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지역분산형 발전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