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일곱 동갑내기 친구의 행복한 시간

김후덕·이재임 어르신 대마면 원흥리

2015-04-09     영광21

‘숲은 우거져서 몇 천리인고 산과 물이 멀고멀어 아득하구나. 만나 보니 서로가 백발이어서 손꼽아 지난 세월 세어 보노라’ 문동도의 옛시 <봉고인>이다.
기쁨을 배가 하고 고통은 나눠 갖는 사람, 옆에서 함께 가는 친구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시원하게 뚫린 길을 따라 가다 만나는 대마면 원흥리 장보마을에는 긴 세월 함께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동갑내기 친구 김후덕(87)·이재임(87) 어르신이 있다.

세월이 어느새 이만큼 지났는지 남편을 일찍이 먼저 보내고 혼자 살아온 그 시간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김후덕 어르신은 젊은 시절 짐을 한보따리씩 머리에 이고 영광, 목포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멸치와 미역, 그릇을 팔러 다녔던 시절을 “고생 참 많이 했지”라며 추억한다.
자녀가 없는 김후덕(사진 좌) 어르신에게는 마을사람들이 아들이고 딸이다. 작은 것 하나도 지나치지 않고 챙겨주는 마을사람들의 관심 덕분에 어르신은 늘 밝은 웃음을 지닌 채 살아간다.
고추농사, 담배농사를 지으며 6남매를 키워낸 이재임 어르신은 13년전 먼저 간 남편얘기에 “생전에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던 사람이여. 옆에 없지만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라며 “자식들 다 키워서 시집장가 보내고 갔으니까 마음은 편할 것이여”라고 남편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쑥스러운 듯 표현한다.
요즘 두 어르신은 1주일에 한번 경로당에서 배우는 체조에 푹 빠져있다.
김후덕 어르신은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다니는데 체조 시작하고 나서는 몸이 한결 나아졌어”라며 매주 월요일만 손꼽아 기다린다.

이재임 어르신은 “나는 3년 전에 허리수술을 했는데 아프다고 그냥 앉아 있는 것보다는 많이 움직이니까 더 재밌고 좋아”라며 체조뿐만 아니라 민요 부르기, 만들기 등 경로당에서 하는 수업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경로당에서 수업이 없는 날에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윷놀이를 한다.
이재임 어르신은 “선생님들 오는 날에는 열심히 배우고 안 오는 날에는 우리끼리 윷놀이를 하는데 그것도 재미여”라며 집과 경로당만 오가는 하루일과도 어르신들에게는 큰 즐거움이고 기쁨이다.
100세까지는 사셔야 한다는 말에 “아이고 그런 소리 말아요”라며 웃으시는 두 어르신은 앞으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친구를 넘어 가족 그 이상의 마음으로 여생을 함께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