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가 운명이라 말하는 만능재주꾼

46 - 영광읍 정동면·김선희씨 부부

2015-04-16     영광21

‘좋은 농사꾼에게는 나쁜 땅이 없다.’
피땀 흘려가며 일군 땅에서 수확을 얻어내는 기쁨과 보람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다. 그 기쁨을 공유하고 보람을 나누며 살아가는 농부에게 농사는 곧 운명이자 즐거움이다.
넓은 감나무밭에서 닭들이 자유로이 뛰노는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영광읍 덕호리 정동면(57)·김선희(56)씨 부부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장성이 고향인 정동면씨는 어릴 적 고향을 떠나 인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인천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또 인천토박이인 아내 김선희씨를 만나 결혼했으니 인생의 반 이상을 인천에서 보낸 셈이다.
아내 선희씨와 알콩달콩 결혼생활을 하면서 건장한 아들 둘도 멋지게 키워내는 등 부족함 없이 살았지만 마음에는 언제나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과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동면씨다.
동면씨는 언젠가는 꼭 귀농하리라는 생각을 옮기기 위해 나름대로의 준비를 해왔다. 15년전 영광에 땅을 구입해 400여 그루의 감나무 묘목을 심었던 것. 그리고 명예퇴직후 오래전부터 꿈꿔온 귀농계획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아내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고향인 인천을 떠나 낯선 시골에서 살아야 한다는 자체가 부담이었던 아내 선희씨. 결국 동면씨의 간절한 설득으로 마음을 돌렸고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농촌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인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재주꾼
남편 동면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직접설계해서 황토와 숯을 이용해 지었다. 부모님도 함께 모실 수 있도록 건강을 생각해서 지은 집은 나무냄새와 황토냄새가 물씬 풍긴다. 귀농 후 닭장과 창고를 손수 짓고 시간이 날 때마다 나무를 다듬어 만든 테이블을 본 아내 선희씨는 “결혼 35년만에 남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어요”라며 “이렇게 손재주가 좋은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라고 웃는다.
사람은 배워야 산다는 말처럼 정동면씨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농업대학을 다니며 귀농교육을 받고 영광군감연합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농사에 대해 모르는 부분들은 정보를 수집하는 노력으로 친환경 농약과 효소를 사용해 땅도 살리고 열매도 얻는 일석이조의 농사법을 이어가고 있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농사꾼
부부도 귀농 초보인 농사꾼이지만 15년전부터 준비해온 세월이 있기에 다른 귀농인들보다는 정착이 수월한 편이었다. 그 경험을 살려 다른 귀농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던 동면씨는 “귀농인들을 위해 손수 창고도 지어주며 혹시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워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부부의 마당에는 늘 보고싶은 두 아들과 며느리를 위해 심은 나무 4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농사일에 대한 열정도 넘치지만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동면씨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낯설던 시골생활에 선희씨도 점차 적응해 나가고 있다.
“사실 지금도 시골생활이 힘든 부분이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 남편 믿고 살다보면 저도 어느새 적응하고 살겠죠”라는 아내의 말에 마주보며 웃는 부부의 모습이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