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귀농인의 소박한 행복 찾기

48 - 염산면 임시용·박상빈씨 부부

2015-04-30     영광21

봉덕제의 품안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작은 일 하나도 예삿일로 여기지 않으며 늘 생각하고 연구하는 삶을 살고 있는 염산면 상계리 임시용(56)·박상빈(57)씨 부부.
“예전부터 애들이 독립하고 나면 시골에 와서 살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귀농 1년차인 새내기 농사꾼 부부는 경기도 파주시에서 영광으로 내려왔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남편 시용씨는 7살 되던 해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경기도 오산이 고향인 아내 상빈씨를 만나 결혼했다. 부부는 1남1녀를 잘 키워 얼마 전 딸을 시집보내고 아들도 독립해 그동안 계획하고 있던 귀농을 실행에 옮겼다.
“우리 애들이 거리가 너무 멀어진다면서 귀농을 반대했어요. 그런데 시집간 딸이 와보고는 정말 좋다면서 1달에 한번씩 온다니까요. 아들도 자주 오는데 올 때마다 좋다고 해요”라며 웃는 부부.

귀농 후 회복된 어머니의 건강
시용씨의 고향은 고창이지만 5년전 먼저 염산에 내려와 터를 잡은 작은 형의 도움으로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자연스레 영광으로 오게 됐다.
아내 상빈씨는 “가까이에 형님도 살고 동네사람들이 워낙 인심이 좋아서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라며 귀농후 가장 큰 변화는 시어머니의 건강이라고 얘기한다.
7년전 뇌출혈로 쓰러져 보조기구 없이는 거동이 불편했던 시어머니가 염산에 내려온 후 이제는 보조기구 없이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니실 만큼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 부부는 93세라는 연세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는 어머니를 볼 때면 귀농을 더 서두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욕심없이 사는 인생이 최고
“저는 어떤 것을 보더라도 예사롭게 보지 않아요”라는 시용씨.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설계부터 자재조달까지 직접 도맡아 했다. 다른 귀농인들처럼 교육을 받으러 다니지는 않지만 모르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마을사람들의 조언으로 귀농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귀농을 한다는 시용씨에게 친구들은 왜 이렇게 빨리 귀농을 하냐고 얘기했지만 시용씨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와서 직접 집을 짓고 여유를 느끼며 사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고 얘기한다. 그렇게 시용씨의 철저한 계획으로 가족들이 살기에 안성맞춤인 집이 지어졌고 집 앞의 밭에는 땅콩, 깨, 마늘, 고추, 감나무 등 가족들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들이 자라고 있다.
포근하게 품어주는 풍경이 좋고 서울에서 늘 사먹던 채소를 직접 길러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한다.

아내 상빈씨는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조금이라도 심어서 수확하는 재미가 있죠. 전 집에 있다가도 심심하면 밭에 나가 풀도 뽑고 요즘에는 고사리도 꺾으러 다니니 참 좋아요. 힘든 귀농생활도 우리 남편 믿고 살면 잘 사는 거죠”라고 말한다.
부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전원생활을 즐기며 욕심없이 살고 싶다고 얘기한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사시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며 소소한 것에도 감사하며 사는 임시용(56)·박상빈(57)씨 부부의 앞으로의 삶을 기대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