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귀농총각 민용씨의 고향살이

49 - 백수읍 김민용씨

2015-05-07     영광21

‘20대 태반이 백수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취업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내리쬐는 뙤약볕에 구슬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지금도 취업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은 높디높은 취업의 벽을 넘기가 힘들어 매번 좌절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답답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4년전 스물아홉의 나이에 농사를 짓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귀농총각 김민용(33)씨는 일찌감치 미래를 준비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민용씨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향인 백수로 돌아왔다.
어렸을 적부터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민용씨는 타지에서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며 사는 것보다 고향에 와서 농사를 짓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귀농을 결심했다.

농사와 함께 시작한 염전
귀농 첫해에는 부모님의 농사일과 다른 사람의 일을 도우며 귀농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친구와 함께 염산면에 염전을 임대해 운영을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민용씨 혼자 염전 9,000평을 임대해 염전일과 농사일을 병행하고 있다.
“영농후계자 과정을 준비중인데 교육이 그때그때 농사 상황에 맞게 진행되고 있어 염전일과 농사일을 하고 있는 저는 교육시간에 맞춰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지금은 인터넷으로만 교육을 듣고 있어요. 겨울에 교육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아쉽네요.”
민용씨의 염전일은 새벽부터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진행된다. 농사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가며 하고 있지만 염전은 민용씨 혼자서 하다보니 체력적 부담도 크다. 하지만 민용씨는 직장생활보다 먹을 걱정없이 내 시간을 가지고 내 일을 할 수 있음에 만족한다.

애정 가득한 농사와 염전
“논농사나 밭농사는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시니까 심어놓고 관리만 잘 해주면 되는데 소금은 손이 많이 가요. 요즘은 비가 많이 와서 생산량도 줄고 소금값도 많이 떨어졌어요”라는 민용씨는 농사일과 염전 둘 중 어느 것 하나 고르기 어려울 만큼 모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직접 생산한 소금은 주문판매로 이뤄지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영광특산물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군의 실질적인 도움이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 다양한 지원으로 영광 천일염의 상품화가 잘 이뤄지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한다.
염전일이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가 논을 둘러보고 양파를 심어놓은 밭도 살펴보며 농사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매일 땡볕아래서 일하느라 몸은 지치고 힘들지만 마음만은 늘 풍족하다는 민용씨는 ‘하다보면 된다’라는 소신을 가지고 산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올해는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해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다”며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해 욕심 부리지 않고 차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말한다.
4년전 고향에 와서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가장 반대하던 부모님이 이제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는 등 주변 지인들 덕분에 민용씨는 오늘도 힘을 얻어 일하고 있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