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 시

2015-05-14     영광21

5.18 그때

정병희

봄이지만
불사춘(不似春)의 80년 5월
이 땅의 민주주의 압사 직전에
광주는
식수도 전기 전화도
모두 다 끊겨 버린
암흑의 도시

시위를 막는다고
불철주야로
끼니도 거르고
잠도 못자고
땀에 찌든 경찰복은
악취가 심해
갈증은 참기 힘든
고충이었고…

어느 날 이른 새벽
나이든 할매
침묵으로 대변하던
그윽한 눈빛
밥과 물 두 바께스
가져다 놓고
골목길로 사라진
고마운 그분

체면도 자존심도
아랑 곳 없이
십여일 간 씻지 못한
그런 손으로
너 나 없이 경쟁하듯 먹던 추억은
지금도 잊지 못 할
악몽의 순간…

끈질긴 시민들의
계속된 저항
전쟁터와 다름없던
처절한 현장
생사의 위기 속에
힘겨운 나날
불안한 그 시간은
흘러갔지만…

울분의 함성일랑
헛되지 않아
민주의 싻
새로 돋던 5·18 그날
끊길뻔한 역사가
다시 열렸다.
영광스런 조국이여
영원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