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은 곳에 쌓이는 그리움의 무게
이 용 순 어르신 불갑면 순용리
흘러간 세월이 야속하기만 하고 한없이 울었고 한없이 괴로웠던 날들도 이제는 지나고 없다. 고생만하고 살았던 젊은시절의 기억은 눈물이 돼 사라졌고 그저 건강하며 행복하고 편안하기만 하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잘 먹고 잘 살기만을 바라며 때론 독단적인 선택이 많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지만 그 시간들은 덧없이 흘러가버리고 남은 것이 없다.
불갑면 순용리에 살고 있는 이용순 어르신(87)은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내며 살았다. 군남면이 고향인 어르신은 결혼후 남편과 떨어져 홀로 3남1녀를 키우고 남편은 멀리 일본에서 광부생활을 하던중 5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자연스레 이 어르신도 젊은 나이에 혼자가 됐다.
4남매를 두고 먼저 떠나버린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이 어르신은 긴 세월을 눈물로 살았다.
남편이 떠나고 10년후 큰아들을 제외한 3남매를 자신의 막내동생에게 맡기고 서울로 가 두번째 남편을 만나 재혼했지만 치매를 앓던 두번째 남편도 5년전 세상을 떠났다.
“그때는 재혼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자식들한테 말 한마디 없이 몰래 해버렸어. 그래서 우리 애들이 나를 많이 미워했어”라는 어르신은 어린 자식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준 것만 같아 여전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공부 한번 제대로 가르쳐보지 못한 미안함에 자식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지만 이제는 간간히 왕래하고 있어 어르신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
“1주일에 2번 요양보호사가 와서 집안일도 해주고 같이 앉아서 얘기도 하고 재밌는데 1주일에 2번밖에 안오니까 갈때마다 아쉬워”라는 어르신은 1주일에 2번이라도 누군가 찾아주는 것이 좋고 친딸처럼 사소한 부분까지 잘 챙겨주니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얘기한다.
요즘 어르신은 먼저 떠난 첫 남편이 꿈에 보이면 그날은 좋은 일이 생긴다며 살아생전 잘해주던 남편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젊은 나이에 떠나버린 것에 대한 미움도 있었지만 꿈에서라도 불 수 있으니 더욱 마음이 애틋해진다.
어르신은 4남매가 모두 건강하고 어릴 적 고생을 조금이나마 보상받고 살았으면 한다.
“자식들만 잘 살면 이제는 더 바랄 것도 없고 나는 이대로 조금 덜 아프고 편안히 살다가 가면 좋겠어.”
지나가버린 세월은 돌이킬 수 없지만 어르신의 남은 여생이 지금보다는 덜 외롭게 작은 것이라도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마음의 안정을 느끼며 살아가길 바란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