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세상 100살 넘게 살아봐야제”

정 판 례 어르신 / 법성면 대덕리

2015-05-21     영광21

“나한테는 군수가 큰아들이고 면장이 작은아들이여. 내 자식들도 최고지만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하고 산당께.”
쩌렁쩌렁한 목소리답게 여전히 기운 넘치게 살아가고 있는 정판례 어르신. 1925년생, 올해로 90세가 됐지만 그 누구보다 건강하게 인생의 재미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만 가득했던 지난 세월은 다 잊은채 이제는 “사는 것이 즐겁다”고 말하는 정 어르신은 젊었을 적 얘기를 꺼내며 “나는 시대를 잘못 타고 난 것 같아. 요즘 세상에 태어났으면 뭘 해도 했어”라며 목청을 높인다.

“나 어렸을 때 서당을 잠깐 다녔는데 공부하는 것이 진짜 재미있고 좋더라고. 근데 우리 친정엄마가 못 다니게 해서 그것이 한이 됐어”라는 어르신은 배우지 못한 아쉬움에 자식들이라도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형편이 워낙 어려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시집와 이발소를 운영하던 남편을 도와 8남매를 키우며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만 생각하고 살았던 기나긴 세월이 지났다.

8년전 중풍으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현재는 혼자 살고 있지만 어르신이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나는 군수가 큰아들, 면장이 작은아들이다 생각하고 살아. 고생을 그렇게 많이 했어도 크게 아픈데도 없지. 다달이 정부에서 나 먹고 살라고 돈도 주지. 얼마나 좋아.”
다만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입히지도 못하고 어렵게만 키운 자식들이 다 잘살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현실은 마음처럼 쉽지 않지만 어르신은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경로당에서 보내는 어르신은 극진히 챙겨주는 마을사람들이 있어 자주 보지 못하는 자식들이 챙겨주는 것보다 더 고맙고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 자식들이랑 손주들 다 건강하고 나는 양로원에 안가고 내 집에서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고싶어. 100살 넘도록 신나게 살다 갈거야”라는 바람을 얘기하는 어르신의 얼굴엔 미소가 흘러넘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