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아픔을 치유해준 ‘명약’
마라톤 동호인 이영숙씨
서늘한 저녁 공기를 뚫고 온 몸으로 바람을 즐기며 달리는 사람이 있다.
귀에 꼽힌 이어폰으로 들리는 음악소리와 심장이 뛰는 소리 사이로 들리는 숨소리. 호흡이 절정에 이르면 점점 소리는 사라지고 마음속 깊이 자리한 ‘나’를 만나게 된다. ‘나’와의 싸움을 이겨내면 얻게 되는 쾌감과 성취감. 이영숙(53)씨는 마라톤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매일 1시간씩 뛰는 것이 먹고 자는 일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버렸다는 이영숙씨는 마라톤을 일상으로 삼은 지가 어느새 7년이 됐다. 집안일로 마음고생하며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마라톤을 즐기던 남편의 권유로 시작했고 지금은 남편보다 더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한다.
“마라톤을 하면서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마음이 치유되고 많은 것을 얻었죠.” 영숙씨는 마라톤을 통해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것을 느꼈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배웠다.
성적보다는 일상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준 마라톤 자체를 즐기고 있는 그녀지만 동호회원 50여명과 함께 가족동반으로 꾸준히 대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다른 지역대회에 가족같은 우리 회원들과 참가해 함께 뛰는 것이 즐겁고 그 지역관광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라며 웃는 영숙씨는 1년이면 대회에 7 ~ 8회 참가해 꾸준히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그녀는 “10㎞는 50 ~ 53분, 하프코스는 2시간정도 기록하고 있어요. 풀코스에 도전해보는 것이 꿈이예요”라며 눈을 반짝인다.
마라톤은 삶이 힘들어 시작했지만 이제는 삶의 목표이자 희망의 일부가 됐다. 마라톤을 통해 삶의 즐거움과 자신감을 얻고 있는 그녀는 “힘이 많이 돼준 소중한 마라톤이니까 끝까지 해보고 싶어요”라고 힘줘 말한다.
그녀는 앞으로 달리게 될 길이 지나온 길처럼 힘겹지 않길 바라지만 이제 어떤 고난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한걸음씩 달리고 있다.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