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사람들이 많아 살맛나는 세상이여”

변 정 효 어르신 / 묘량면 영양리

2015-06-12     영광21

신명나는 음악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리며 체조 선생님의 동작하나라도 놓칠까 눈을 떼지 못하지만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하하하하 아이고 몸이 안따라 주네잉.”
올해 9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체조동작 하나하나 힘이 넘치는 변정효 어르신은 묘량면 영양리 당산마을을 72년째 지키며 살고 있다.

장성군이 고향인 변 어르신은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1살 어린 열아홉 남편을 만나 묘량으로 시집왔지만 결혼후 1년도 같이 살아보지 못하고 안타까운 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내야 했다.
“중매로 만나서 장성에서 여기까지 왔는디 결혼하자마자 기차사고로 그렇게 가버리더라고. 요즘 세상이었으면 시집을 한번 더 갔을지도 모른디. 그때는 한번 시집가면 그 집에 귀신이 돼야된다고 했었어.”
허무하게 남편을 떠나보내고 실망감과 좌절감도 많이 들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을 떠나보낸 시부모님을 모른척 할 수 없었던 변 어르신은 홀로 시부모님을 모셨다.

어린 나이에 시댁어른들을 모시고 산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변 어르신은 “처음엔 힘들었제.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뭘 얼마나 잘했겄어. 어찌나 힘들던지 친정으로 도망갔당게. 그랬더니 우리 친정에서 난리가 났어. 시집간 여자가 어딜 오냐면서 오빠들한테 쫓겨서 다시 시댁으로 왔어”라며 지난날을 추억한다.
하지만 딸처럼 애지중지 챙겨주던 시부모님의 정성에 변 어르신도 마을에서 소문이 자자할만큼 시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40여년전 시부모님마저 떠나고 홀로 남은 변 어르신은 “살다보니 잘 살아지는구나 했는데 이만큼 나이를 먹고 보니까 마음이 좀 허한 것이 있더라고. 근데 동네사람들이랑 매일 모여서 같이 체조도 배우고 노래도 부르면서 사니까 또 좋아”라며 동네사람들 덕분에 즐겁게 살고 있다며 고마움 마음을 전한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치료를 받은 후부터 기운이 많이 떨어졌지만 1주일에 3번씩 찾아오는 요양보호사와 틈틈이 잘 챙겨주는 사촌동서 덕분에 힘을 얻는다.
“단 하루를 살아도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변정효 어르신은 비록 홀로 사는 시간은 길었어도 후회하는 삶은 살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앞으로도 변 어르신은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