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네. 그것이 행복이지”
정 순 애 어르신/ 군서면 만곡리
여유롭게 동네를 한바퀴 돌며 지나온 삶을 돌아본다. “다른 사람들 사는 것처럼 살았어”라고 말할만큼 평범하게 살았지만 후회는 없다. 정성을 다했고 마음을 다했던 세월은 아깝지 않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남편 얼굴도 모른채 불갑면에서 군서면으로 시집온 정순애(83) 어르신.
“우리 영감이 27살 먹어서 나랑 결혼을 했어. 얼굴 안보고 왔어도 막상 만나 보니까 잘생겨서 좋더라니까”라며 남편자랑에 쑥스러운 듯 웃는 정 어르신은 20여전 먼저 떠난 남편을 추억한다.
아들 셋에 딸 하나 낳아 기르며 논농사, 밭농사로 쉴 틈 없이 살았지만 정 어르신은 자식들 키우는 재미에 살았다.
“어렵게 살았어도 자식들이 싫은 소리 한번 안하고 잘 커주니 얼마나 좋았겠어. 우리 영감이 일찍이 천식으로 아파서 영감 병 고치려고 전국을 돌아다니느라 조금 힘들기도 했었는데 그때는 병만 고칠 수 있다고 하면 뭘 못할까 하는 심정으로 다녔지. 우리 자식들 챙길 새도 없이 열심히 다녔어도 못 고치고 갔어. 그래도 자식들 결혼시키고 가서 그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해. 근데 우리 막내아들이 아직 장가를 안가서 좀 걱정되네.”
다리와 허리가 아파 이제는 일은 못하지만 하루에도 여러번 동네를 돌며 운동을 하고 가끔씩 경로당에 나가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요새는 동네에 사람이 없어서 조금 심심하기도 한데 한번씩 경로당 나가면 즐겁고 좋지. 가끔이라도 얼굴보고 사는 이야기도 듣고 그러는데 얼마 전부터 나랑 친하게 지내던 기동댁이 많이 아파서 집에도 못가보고 그것이 좀 아쉽네. 나도 몇달 전에는 서울 작은 아들집에 가서 살다 왔는데 혼자 살아도 내 집이 편하더라고. 그래서 와버렸지”라며 웃는다.
다른 것보다 올해는 꼭 막내아들이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는 정순애 어르신은 “늙었어도 건강이 최고 아니겠어. 나도 건강하고 내 자식들도 건강하고 우리 동네 사람들도 다 건강했으면 좋겠네. 건강하게 재밌게 살다 가는 것이 소원이여”라고 말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는 아니지만 여유로움이 가득한 일상에 정 어르신의 얼굴에는 늘 편안한 미소가 머문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