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한 아흔다섯 어르신의 즐거운 하루
오 현 탁 어르신 영광읍 교촌리
“비결이 뭐가 있겠어. 운동만 열심히 해도 건강하게 사는 거지.”
1주일에 3번씩 2년째 열심히 운동하며 지내고 있다는 영광읍 교촌리 오현탁(95) 어르신. 95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건강한 오 어르신은 교촌여자경로당의 최고령 어르신이자 든든한 기둥과도 같다.
스무살의 나이에 3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고창에서 영광으로 시집을 온 오 어르신은 5남매의 엄마로 한 평생을 살았다.
“우리 남편이 술을 엄청 좋아했었는데 그 술 때문에 일찍 가버렸지. 42살 되니까 휑하니 가버리더라고”라며 남편 얘기를 꺼내는 오 어르신은 옛 일을 추억한다.
“전쟁 직후라 온 나라가 질서도 안 잡히고 정신없었지. 그때는 남편도 없고 다섯이나 되는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나이 드신 시어머니 모셔야 하고 그래서 힘들었지. 나는 해방직후부터가 제대로 고생길 시작이었던 것 같아. 밥 한끼라도 더 먹고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어”라고 말한다.
농사를 지을 여건이 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돕고 품삯을 받아 일곱식구의 배를 채우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옛날에 아랑주라는 것이 있었어. 소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에 사카린을 타서 먹는 건데 밥이 없어서 배가 고플 땐 술 내리는 집에 가서 얻어다가 겨우 허기만 가실 정도로 먹고 그랬지. 없어서 못 먹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모를 거야. 그때는 얼마나 맛있던지.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니까”라며 웃는 오 어르신은 어려운 시절을 살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왔다.
여전히 부지런한 오 어르신은 작은 텃밭에 고구마, 참외, 콩, 고추 등을 심고 가꾸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다리와 허리가 아파 가끔 병원에 다니고 있는 오 어르신은 점점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는 기운을 회복하기 위해 1주일에 한번은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고 있다. 큰아들과 큰딸이 영광에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식들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 1주일에 한번씩 자활센터에서 방문해 혈압을 재주고 안부를 묻는다.
“내가 다 해먹고 살 수 있는데 아들 딸 성가시게 할 필요는 없지. 아직은 나 팔팔해”라며 웃는 오 어르신은 “95년이나 살았으면 오래 살았지. 그래도 가는 날까지는 재밌게 살다 가야지 않겠어”라며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고 얘기한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오현탁 어르신의 삶에 지금보다 더 즐거움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