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렇게 살아 생활하는 것이 행복이지”

임 소 례 어르신 / 법성면 대덕리

2015-07-30     영광21

“젊었을 때 글이라도 한자 더 배웠으면 사는 것이 달라졌을지도 몰라. 못 배운 것이 한이 되기도 하는데 이만큼 나이 먹고 세상을 좀 살아보니 이제는 괜찮네.”
따뜻한 봄날이면 동네 처녀들과 함께 나물을 캐러 다니며 꽃다운 시절을 보내던 열일곱. 처녀들만 골라 일본으로 끌려가던 시대에 얼굴도 모르는 남편을 중매로 만나 결혼했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았다는 임소례(88) 어르신.
홍농읍이 고향인 임 어르신은 시집 오기 전 학교를 다니고 싶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나이많다고 입학을 안시켜주니까 저녁에 학교가서 한글도 배우고 숫자도 배웠었어. 시집와서 야학을 다니려고 했는데 시어머니가 못다니게 했어”라며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그렇게 5남매를 낳고 키우며 보리를 심고 수수를 심는 등 논농사와 밭농사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살았다.
“우리 남편이 술을 좋아했어. 그러니 병이 안나고 살겄는가. 55살에 훌쩍 가버렸지. 요즘 나이로 치면 한창 젊은 나이에 가버려서 안타깝지”라며 먼저 떠난 남편을 추억한다.
살아생전 오직 가족들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던 남편이 조금만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다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헛세상 산 것 같아서 억울할 때가 있어. 그래도 그 어릴 때 배운 것이 좀 있다고 전화는 내 손으로 걸줄 아는데 농협이나 면사무소에 일보러가면 다른 사람 도움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 좀 불편한거 빼고는 느즈막히 참 살만한 세상에 사는 것 같아”라며 웃는 임 어르신.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대문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임 어르신은 허리가 아파 거동이 조금 불편하지만 작은 텃밭에 마늘과 가지, 오이, 머위를 키우는 소소한 재미로 살아간다.
마을의 한 어르신은 “이 양반네 대문은 매일 열려있어. 행여나 대문이 안열려있으면 어디 아픈가. 무슨일이 있는가 하고 들여다보게 된다니까”라며 임 어르신만의 아침인사라고 얘기한다.
임 어르신은 “동네사람들이 자주 들여다 봐주고 잘 챙겨주니까 살지. 이제는 나이들어서 일도 못하고 매일 경로당에 가서 밥해주면 먹고 앉아서 놀고 동네사람들이랑 모여서 도란도란 재미있게 노는게 재미지. 요즘은 그렇게 사는게 제일 행복이야”라며 웃는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동네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임 어르신의 작은 바램처럼 매일 웃음이 가득하고 행복이 넘치는 노후가 되길 바란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