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한 내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야”

김 옥 희 어르신 백수읍 하사리

2015-08-20     영광21

‘맴맴맴맴….’ 매미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그늘아래 한낮 무더위를 식히며 도란도란 정겨운 얘기가 오고 가는 백수읍 하사리 한성마을 모정에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김옥희(86) 어르신이 있다.
전북 김제가 고향인 김옥희 어르신은 열아홉에 스물다섯인 남편을 만나 결혼해 8남매를 낳고 살다가 20여년전 전북 김제에서 영광으로 왔다.
“김제에서 살다가 워낙 살기가 어려워서 작은아버지를 따라서 영광으로 이사왔지. 김제에서도 농사짓고 살았으니까 할 줄 아는 것이 농사밖에 더 있겠어. 그래서 여기 와서도 농사를 지었는데 어째 잘 안되서 먹고살기가 많이 어려웠어”라며 힘들었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참말로 우리 애기들 한번 제대로 돌볼 시간도 없이 방에다 눕혀만 놓고 다른 집에 대파작업 다니고 그러면서 먹고 살았어. 그때는 다 그렇게 살았지 뭐. 시대가 그런 것을 어쩌겠어. 그렇게 힘들었어도 자식들 다 키워서 시집, 장가보냈으니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지.”
힘들었지만 늘 곁에 있었준 남편 덕분에 행복했다는 김 어르신은 8년전에 남편을 먼저 보냈지만 여전히 남편생각을 하면 눈물이 차오른다.

“우리 영감이 진짜 나한테 잘해줬어. 잠깐이라도 내가 눈에 안보이면 ‘김옥희~ 김옥희~’하면서 동네로 찾으러 다니고 그랬다니까”라며 쑥스럽게 웃는 김 어르신은 “여러해 당뇨로 고생만하다 합병증이 와서 먼저 갔지만 나는 아직도 우리 영감이 보고싶어. 그래서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라고 얘기한다.
오랫동안 아팠어도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는 남편이 떠나고 홀로 남은 김 어르신은 누구보다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다리가 아프고 오래 걸으면 숨이 차 큰 농사는 지을 수 없지만 텃밭에는 땅콩, 고구마, 콩, 깨, 고추 등을 가득 심어 놓고 아직까지도 쉬지않고 늘 소일거리를 찾는다.
“그냥 놀기만 하면 심심하니까 하나둘씩 심다보니까 어느새 마당에 꽉 차 버렸네. 요새 가뭄이 들어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물주고 아침밥만 먹으면 모정에 나가서 동네사람들이랑 함께 노는 것이 내 일이야.”
6년전 노인대학을 다니며 노래도 배우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여기저기 여행도 많이 다녔던 김 어르신은 다리를 수술한 후 거동이 많이 불편해져 지금은 노인대학을 다닐 수 없지만 마을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참 즐겁다고 얘기한다.
“몸은 늙어서 예전같지 않아도 내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야”라고 말하는 김옥희 어르신은 “크게 바라는 것 없어. 자식들 건강하고 재미있게 사는게 최고지”라고 얘기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