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버리고 그 자리에 만족을 채웠어요”

65 법성면 이창수·김선진씨

2015-09-03     영광21

“지금처럼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더도 덜도 말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범한 시골집 옆으로 소들이 게으른 울음을 우는 법성의 이창수(39), 김선진(37)씨 부부네. 준혁, 정현, 제혁 세 아이들과 부부의 작은 행복이 자라는 집이다.
6년전 남편 이창수씨의 고향인 법성으로 귀농한 부부는 세 아이들과 벼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소박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창수씨는 “귀농하고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서 기뻤어요. 밖에 나가서 작은 곤충 하나, 풀 하나라도 만지고 보는 걸 재밌어하더라고요. 대신 문화생활을 도시에서만큼 못 해줘서 그건 미안하기도 해요”라고 말한다.

갑작스러웠던 귀농결심
2009년까지 경기도 시흥시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던 창수씨는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내려와 그길로 영광에 자리를 잡았다.
이창수씨는 “갑작스럽게 결정했죠. 어머님께서 혼자 계시게 할 수도 없었고 아버님께서 생전에 지으시던 농사가 제법 많았기 때문에 장례 치르고 바로 눌러 앉았어요”라고 말한다. 영광에 내려왔던 부인 김선진씨는 살고 있던 경기도 시흥 집에 올라가 보지도 못한 채 갑작스럽게 귀농을 하게 됐고 창수씨는 그 점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정신없이 제가 결정한 것이라 아내가 그 상황에서 반대를 할 수가 없었죠. 좀 더 신중히 생각할 시간을 못 준 것이 항상 미안하네요.”

실패에서 배운 농사 적응기
첫해에는 아버님께서 농사를 다 지어놓으셔서 창수씨의 손이 별로 가지 않았지만 새로 시작하는 다음해의 농사는 온전히 부부의 몫이었다.
“친환경 농산물이 수익이 더 클 것 같아서 욕심에 시작한 거죠. 그런데 그때 배운 것이 친환경농사는 경험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과 욕심을 부리면 귀농은 실패한다는 것이었어요.”
농사에 대한 경험 없이 친환경농사를 시작한 창수씨의 논에는 말 그대로 ‘모 반, 피 반’이었다. 이론을 믿고 시작한 친환경농사지만 실제 상황에 맞게 응용할 수 있는 경험이 없었던 것이다. 마을에서는 ‘창수가 농사지으면 논 버린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고.
창수씨는 “그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지금은 평범하게 농사짓고 있어요. 친환경농사 말고 욕심부린게 2번 더 있는데 모두 실패였죠. 이제 절대 욕심 안 부려요”라며 웃는다. 욕심 대신 마을 사람들과 공동체를 만들어 공동작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돕고 싶다는 창수씨다.
아내 김선진씨는 힘들어하던 남편을 돕기 위해 직접 이앙기, 트랙터 등 농기계 운전법까지 배워가며 열과 성을 다해 거들었다.

선진씨는 “그때는 남편 돕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죠. 그런데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남편이 지원해줘서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이 셋을 뒀는데도 직장생활까지 할 수 있게 배려해준 남편이 고마워요”라며 웃는다. 실패도 하고 힘도 들었던 농사 적응기를 마친 부부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 가족은 최우선이 건강이에요. 안 아프고 지금처럼 화목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