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버리고 그 자리에 만족을 채웠어요”
65 법성면 이창수·김선진씨
“지금처럼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더도 덜도 말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범한 시골집 옆으로 소들이 게으른 울음을 우는 법성의 이창수(39), 김선진(37)씨 부부네. 준혁, 정현, 제혁 세 아이들과 부부의 작은 행복이 자라는 집이다.
6년전 남편 이창수씨의 고향인 법성으로 귀농한 부부는 세 아이들과 벼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소박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창수씨는 “귀농하고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서 기뻤어요. 밖에 나가서 작은 곤충 하나, 풀 하나라도 만지고 보는 걸 재밌어하더라고요. 대신 문화생활을 도시에서만큼 못 해줘서 그건 미안하기도 해요”라고 말한다.
갑작스러웠던 귀농결심
2009년까지 경기도 시흥시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던 창수씨는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내려와 그길로 영광에 자리를 잡았다.
이창수씨는 “갑작스럽게 결정했죠. 어머님께서 혼자 계시게 할 수도 없었고 아버님께서 생전에 지으시던 농사가 제법 많았기 때문에 장례 치르고 바로 눌러 앉았어요”라고 말한다. 영광에 내려왔던 부인 김선진씨는 살고 있던 경기도 시흥 집에 올라가 보지도 못한 채 갑작스럽게 귀농을 하게 됐고 창수씨는 그 점이 항상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정신없이 제가 결정한 것이라 아내가 그 상황에서 반대를 할 수가 없었죠. 좀 더 신중히 생각할 시간을 못 준 것이 항상 미안하네요.”
실패에서 배운 농사 적응기
첫해에는 아버님께서 농사를 다 지어놓으셔서 창수씨의 손이 별로 가지 않았지만 새로 시작하는 다음해의 농사는 온전히 부부의 몫이었다.
“친환경 농산물이 수익이 더 클 것 같아서 욕심에 시작한 거죠. 그런데 그때 배운 것이 친환경농사는 경험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과 욕심을 부리면 귀농은 실패한다는 것이었어요.”
농사에 대한 경험 없이 친환경농사를 시작한 창수씨의 논에는 말 그대로 ‘모 반, 피 반’이었다. 이론을 믿고 시작한 친환경농사지만 실제 상황에 맞게 응용할 수 있는 경험이 없었던 것이다. 마을에서는 ‘창수가 농사지으면 논 버린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고.
창수씨는 “그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지금은 평범하게 농사짓고 있어요. 친환경농사 말고 욕심부린게 2번 더 있는데 모두 실패였죠. 이제 절대 욕심 안 부려요”라며 웃는다. 욕심 대신 마을 사람들과 공동체를 만들어 공동작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돕고 싶다는 창수씨다.
아내 김선진씨는 힘들어하던 남편을 돕기 위해 직접 이앙기, 트랙터 등 농기계 운전법까지 배워가며 열과 성을 다해 거들었다.
선진씨는 “그때는 남편 돕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죠. 그런데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남편이 지원해줘서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이 셋을 뒀는데도 직장생활까지 할 수 있게 배려해준 남편이 고마워요”라며 웃는다. 실패도 하고 힘도 들었던 농사 적응기를 마친 부부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 가족은 최우선이 건강이에요. 안 아프고 지금처럼 화목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