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넘치는 임 어르신의 팔팔한 인생

임 태 인 어르신 / 군서면 남계리

2015-09-30     영광21

“부지런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양반이야. 얼마나 잘 돌아다니는지 동네에서 별명이 고속버스야”라며 마을 어르신들이 입을 모은다.
허리수술, 다리수술에 이어 골반수술까지 수술만 4번을 하고도 늘 동네 구석구석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군서면 남계리의 임태인(85) 어르신.
“밀고 다니는 거 없으면 못 걷지. 그냥은 못걷고 유모차 밀고 다녀야 그나마 좀 걷지. 이거 밀고 신나게 돌아다녀”라며 웃는 임 어르신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동네사람들 안부도 묻고 볼일도 보고 다니면서 사는게 낙이지”라고 얘기한다.
21살에 시집와 농사도 짓고 누에농장을 하며 누에를 키워 먹고 살았던 임 어르신은 시어머니, 시동생, 동서, 시조카에 8남매까지 15명이나 되는 식구들이 한 집에 살았던 시절을 떠올린다.
“고생 참 많이 했지. 내가 큰며느리라 시집살이도 많이 했어. 워낙 식구가 많으니까 우리 자식들도 어떻게 키워놓은지 모르게 세월이 가버렸어. 그래도 다 중학교까지는 가르쳤어”라고 말한다.
20여년전 암으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지만 임 어르신은 든든한 아들, 딸 덕분에 더욱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우리 영감이 간암에 걸렸었어. 그때 광주병원에서 수술을 하면 3개월 살고 수술을 안하면 6개월을 산다고 해서 수술안하고 6개월 살다 갔지. 오래됐어도 영감생각이 가끔나네”라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임 어르신은 온갖 고생을 다하며 자식들을 키워놓으니 자식들 덕분에 호강한다고 아들, 딸 자랑을 한다.
“몇년전에 큰딸을 가슴에 묻고 이제 일곱 남았는데 서로 오라고 난리야. 내 자식들이지만 고맙지. 키워놓은 보람이 있어”라며 “내가 가면 며느리들 고생이고 사위들 고생이야. 나는 이렇게 혼자 있는게 더 좋아”라는 임 어르신.
일 욕심이 많아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르신은 경로당에 나가서도 경로당 여기저기를 청소하고 함께 먹을 밥도 하고 늘 부지런히 움직인다.
“얼마전에 호박 4개를 썰어 널고 집안 대청소하고 경로당 와서 또 청소하고 나서 며칠을 아팠었어. 이제는 나이 생각해서 조금씩만 해야 하는데 하다보면 한도 끝도 없이 하게 되네”라고 웃는다.
일을 미루지 못하고 그때그때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몸은 고단해도 마음은 늘 풍성하기만 한 임 어르신은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벌써부터 자식들을 맞이할 준비에 들떠있다.
“시장에 가서 고기도 사고 생선도 사고 나물도 사서 우리 자식들 오면 먹여야지. 오랜만에 다 모여서 같이 보낼 생각하니 좋네 좋아”라며 엄지를 척 들어보이는 임 어르신의 밝은 미소에 풍성한 한가위가 기대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