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멍들게 한 부끄러운 부실도시락

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편집인

2005-01-21     영광21
한마디로 인두겁을 쓴 나쁜 놈들이다. 제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마음이 열리지 않고, 몇 번을 접어서 생각을 하려 해도 괘씸한 마음만 앞선다. 세상에 장난칠 것이 없어서 먹을 것을 가지고 수작을 부리냔 말이다. 그것도 자라나는 어린애들이 먹을 도시락을 가지고 비양심적인 짓거리를 했다니 그저 황당하고 가슴이 아프다.

가난해서 배를 곯는 것도 서러운데 더러운 상술에 농락까지 당했으니 그 심정이 오죽하랴. 작은 빵 하나, 게맛살 두어 개, 단무지 서너 쪽, 메추리알 너댓 개가 부실도시락을 채운 내용의 전부이다. 돈이 없어서 끼니를 거르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나라에서 세금으로 도시락을 마련해 주도록 했는데 그 도시락이 이토록 엉터리였다니 놀랍기만 하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진 곳은 ‘생태도시’를 꿈꾼다며 지난 가을에 거창한 국제심포지엄까지 연 남제주의 아름다운 도시 서귀포였다. 추악한 이번 범죄로 서귀포는 도시의 이미지를 크게 더럽히고 말았다. 부실도시락과 관련된 범죄는 단순한 경제범의 수준을 뛰어넘어 반인륜적인 범죄이기 때문이다.

서귀포의 충격에 놀란 다음날, 이번에는 군산에서 서귀포보다도 더 악독하다고 할 수 있는 부실도시락 문제가 드러났다. 군산에서는 그나마 빵도 없고 김치볶음에 건빵을 곁들여서 도시락이랍시고 전달한 것이다. 여기에서도 게맛살과 메추리알은 단골메뉴였다. 또 하루가 지나자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런 식의 부실도시락은 서귀포나 군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라는 사실이 인터넷에 속속 올라온 것이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어느 집에서 메추리알로 식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아는 메추리알은 식당에 가면 심심풀이로 나오는 곁가지 음식에 불과하다. 이런 곁가지 음식을 어린이들의 도시락으로 팔았다니 분통이 터졌다. 그리고 그들의 의식구조가 궁금해졌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과연 어떤 생각이 들어있기에 가난한 어린이들을 속였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너무나 비상식적인 일이라 치미는 울화를 누르고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았다. 적발된 업주들은 한결같이 2,500원으로는 먹을만한 도시락을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과연 2,500원으로는 제대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았다.

전문업체와 네티즌들은 업자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한다. 실제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2,500원이면 김밥이나 자장면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 또 도시의 큰 건물에 있는 구내식당에 가면 2,500원이면 그럴 듯하게 먹을 수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정리해보아도 답은 울화통이었다.

돈이 적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업자들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물론 먹고 살기 위한 장사이다보니 이익을 남겨야 하겠지만 금액에 상응한 음식을 제공했어야 마땅하다. 인터넷과 매스컴을 통해 도시락의 사진을 본 사람들이 황당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상식적인 내용물이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은 업자들은 어린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2,500원의 급식비를 착복한 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사건에는 항상 부실과 비리가 얽혀 있다.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업자의 얄팍한 잔꾀와 업자의 꼬드김에 넘어간 공무원의 비리가 있게 마련이다. 불량업자와 비리공무원이 하나가 돼 가난한 어린이들의 등골을 빼서 자신들의 배를 채운 것이다. 그들에 관해 샅샅이 수사하고 엄히 다스려서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