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스러운 빛이 감도는 곳, 내 고장 영광
파자로 다시 본 삼백의 고장·4대종교의 고장
고려말 목자득국木子得國이라는 노래가 사람들 사이에서 불렸다. 목자득국이란 나무 목木 자와 아들 자子 자가 합쳐진 이 씨李氏 성을 가진 자가 나라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이성계는 1388년 위화도 회군으로 조선의 태조가 됐다. 조선 중종 시절에는 훈구파들이 뽕나무 잎에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고 꿀을 발라 적어 누에가 글자를 갉아먹게 해 달릴 주走 와 닮을 초肖가 합쳐진 조 씨趙氏, 즉 조광조趙光祖가 왕이 된다고 술수를 썼다. 결국 조광조는 1519년 기묘사화로 죽음에 이른다.
조선건국과 기묘사화 등 친숙한 역사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한자의 파자破子 세계가 흥미로웠다. 파자란 한자의 자획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우리 선조들은 파자로 언어유희를 즐기기도 했고 길흉을 점치기도 했다. 한자를 파자하면 잘 안 외워지던 한자가 쉽게 이해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쉬다 휴休 자는 사람人이 나무木그늘 아래 편히 쉬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든가 암 암癌은 먹을 것(입 구口)을 산같이 많이 먹었을 때 걸리는 병으로 외우는 식이다.
한빛원자력본부에서 근무하면서 영광에 산지도 1년이 지났다. 그런데 얼마 전에야 영광靈光의 한자를 제대로 알게 됐다. 실은 신령 령靈이 아니라 꽃부리 영榮 자 인줄 알았다. 참 무심하기도 하지. 맛있는 남도 음식과 사진에서나 보던 산, 바다, 들판이 함께 하는 곳을 탐닉하면서 이제야 제대로 된 이름을 알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영광의 이름을 제대로 알았을 때 내 고장 영광이 다르게 보였다.
신령 령靈 자를 파자하면 비 우雨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입 구口)이 보이기도 하고 제단위에 먹을 것을 차려놓고(입 구口)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人의 모양이 보이기도 한다. 즉 기우제를 지내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기우제는 극심한 가뭄에 비가 오기를 바라는 주술적 행위로 신령스럽다는 뜻을 담고 있는 신령 령자와 묘하게 어울린다. 사실 영광은 쌀, 소금, 면화가 많아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종교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영광은 백제불교최초도래지, 원불교 성지, 영광성당 천주교 순교지, 염산 기독교 순교지가 한데 모여 있다.
사람은 자기 이름 따라 삶을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영광을 보고 있으면 비단 사람만 자기 이름을 따라가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신령스러운 빛이 감싸고 있는 곳 영광, 그래서 과거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주던 종교가 태동하고 사람에게 온기를 전하는 제3의 불인 원자력발전이 자리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의원
한빛본부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