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건강하고 여유롭게 살고 싶네”

오 세 욱 어르신 영광읍 우평리

2015-10-16     영광21

“곁에 있을땐 그 소중함을 몰랐어. 이래도 저래도 내편은 하나밖에 없는데 말이지.”
6년전 먼저 떠난 아내를 추억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영광읍 우평리 토박이 오세욱(86) 어르신.
오 어르신은 해주오씨 집성촌인 영광읍 우평리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마을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스무살, 우리 집사람이 열일곱에 처음 만났어. 그때는 얼굴도 모르고 시집가고 장가가는 시절이라 중매로 만났지. 처가가 고창인데 우리 고창 아가씨를 처음 만났을때는 마냥 이쁘기만 했다니까”라며 아내를 처음 만났을 당시를 떠올리며 웃음을 짓는다.
아들만 다섯, 딸 하나를 낳아 키우며 먹고 살기 힘들었어도 그때가 제일 좋았다고 얘기한다.
“나는 이때까지 큰 병 한번 앓아본 적이 없어. 내 나이정도 먹으면 병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데 나는 병원에 1년에 1번 갈까말까 해”라며 “우리 집사람도 참 건강한 사람이었어”라고 말한다.
6년전 건강하던 아내가 갑자기 몸이 아프다며 함께 병원에 간 날, 오 어르신의 아내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세상과 영영 이별했다.

“화장실 간다고 일어선 사람이 갑자기 쓰러졌어. 그래서 응급실로 바로 옮겼는데 심장마비로 떠났지. 아직도 엊그제 있었던 일만 같고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라고 말한다.
오 어르신은 아내 얘기를 꺼내며 “옆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몰랐어. 여섯이나 되는 애들 키우고 내 뒷바라지 하고 많이 힘들었을텐데 그걸 몰라준 것이 제일 미안하지. 아내가 떠나고 난후 내 생활리듬은 완전히 깨져버렸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1주일에 1번씩 꼬박꼬박 찾아오는 아들, 딸들 덕분에 힘을 내고 살아간다는 오세욱 어르신. 매주 광주에 사는 딸이 반찬을 챙겨오고 5명의 아들들도 돌아가면서 홀로 지내는 아버지를 살뜰히 챙긴다.
“우리 자식들이 나한테 참 잘해. 그래서 내가 혼자 지내도 살만해”라고 웃는 오 어르신은 “내가 직접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이제 웬만한 집안일은 잘해”라고 말한다.
우평리에서 가장 고령인 오 어르신은 가끔 동네 마실을 다니면서 마을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마을의 구석구석을 살피기도 한다.
오 어르신은 “이제는 힘이 들어서 농사도 못짓지만 지금처럼 여유롭게 사는게 좋아. 틈틈이 시간날 때마다 신문 읽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듣고. 참 좋지”라며 “몸 안아프고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다가 우리 집사람 곁으로 가는 게 최고 아니겠어”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