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건강하게 사는 것이 소원이야”
김 익 환 어르신 / 군남면 동월리
“옛날엔 소 키워서 농사짓고 소 팔아서 자식들 키우면서 먹고살기 바빴지. 지금은 한가로이 동네 마실 다니느라 바쁘지.”
작디작은 체구로 아들 여섯, 딸 둘을 낳아 훌륭하게 길러낸 강한 엄마 김익환(90) 어르신.
열아홉의 염산 아가씨는 4살 연상의 군남 총각을 만나 결혼했다. 얼굴도 모르고 시집, 장가가는 시절이었지만 김 어르신은 처음 만났을 당시 점잖은 남편의 모습이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화 한번 안내고 큰소리 한번 안치던 양반이었어. 참말로 점잖은 사람이었지”라며 남편얘기를 꺼내는 김 어르신.
“우리는 사이가 정말 좋았었어. 젊어서부터 조금씩 아프더니 61살 되니까 먼저 가버렸어. 안 아프고 살았으면 참 오래 잘 살았을 것인데 아쉽지”라고 얘기한다.
젊은 시절 꽤 큰 규모로 논농사, 밭농사를 짓고 살았던 김 어르신은 배를 곯는 일은 생각할 필요 없을 만큼 넉넉한 삶을 살았다.
“먹고 살기는 괜찮았어. 다만 자식들을 많이 못 가르친 것이 한이지. 우리 막둥이만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다 중학교 밖에 못 보냈어. 그래도 불평 한마디 안하는 자식들한테 고맙고 기특하지”라며 웃는다.
농기계가 없던 시절 소 1마리를 키우며 농사를 지었던 김 어르신에게 소는 큰 집안 살림으로 자식만큼 귀하게 여겼다.
김 어르신은 오래전 귀한 8남매 중 2명의 아들을 가슴에 묻었다. “우리 첫째랑 셋째가 나를 앞서갔어. 큰아들은 21살인가 22살인가 젊어서 가고 셋째는 결혼도 하고 손자 둘 낳고 살다가 먼저 갔어”라며 여전히 그립다고 말한다.
그래도 여덟명의 아들중 여섯이나 남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김 어르신은 현재 둘째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우리 아들이랑 며느리 덕분에 내가 밥도 잘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라고 얘기하는 김 어르신은 병원 근처도 안갈 만큼 건강하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그동안 고생했던 세월의 흔적으로 굽은 허리 때문에 김 어르신은 휠체어를 밀고 걸어 다닌다.
“한창 추수철이라 다들 바빠. 나는 나이가 많아서 일은 못하고 밥먹고 서서히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경로당에 가서 텔레비전도 보고 누워있기도 하면서 하루를 보내. 요샌 다들 일하느라 경로당에 사람이 없네”라며 웃는다.
건강 하나는 걱정 없이 산다는 김 어르신은 “이렇게 건강하게 살다가 때가 돼서 가면 우리 영감도 만나고 큰아들도 만나고 셋째도 만나고 하겠지. 사는 동안은 곁에 있는 자식들 보면서 지금처럼 잘 살고 싶어”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