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살고나니 이젠 행복만 남았네”

황 공 순 어르신 / 백수읍 학산리

2015-11-19     영광21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일을 못하지만 젊어서는 부지런하다고 소문났었어.”
단풍이 곱게 물들고 막바지 추수가 한창인 마을에서 한가로이 노후를 보내며 살고 있는 황공순(83) 어르신.
열아홉 어린나이에 시집와 남편과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하며 평생을 살아온 황 어르신은 “요즘엔 경로당에서 살다시피 해. 내가 이제와서 할 일이 뭐가 있겠어. 먹고 노는 것이 일이지”라며 웃는다.
4살 연상의 남편을 중매로 만나 결혼한 황 어르신은 아들넷에 딸둘을 낳아 키우며 홀시어머니를 모셨다.
황 어르신은 “우리 영감은 공무원 생활을 했는데 면사무소에 다니다가 수류조합에도 다니고 그랬지. 나는 일꾼을 데리고 농사지으면서 시어머니를 모시고 자식들도 키우고 그랬어. 참 눈물 없이는 그 시절을 다 얘기 못해”라고 말한다.

어린 나이에 어렵기만한 시집살이로 힘든 적도 많았지만 황 어르신을 더 힘들게 했던 건 젊은 나이에 먼저 떠나버린 남편이었다.
“우리 영감이 마흔여섯에 세상을 떠났는데 평소랑 똑같이 출근하고 퇴근하고 와서 자다가 돌아가셨어. 나중에 알고 보니까 위궤양이랑 맹장염 때문에 그랬다더라고. 그때는 병원도 많이 없고 그 병이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살았으니 그렇게 일찍 보낼 수밖에 없었어”라며 “지금 같았으면 병원가서 치료하고 잘 살았겠지”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남편을 보낸 황 어르신은 홀로 6남매를 키우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그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더욱 힘을 냈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정신없이 살았어. 그래도 키워놓고 나니까 이제는 덕보고 사네”라며 웃는 황공순 어르신.
“우리 둘째아들 내외가 영광에 살고 있어서 자주 오고 다른 자식들도 내 걱정에 자주 와서 혼자 살아도 걱정이 없어. 둘째며느리가 반찬 해다 주면 먹고 잘살고 있어”라고 말한다.
황 어르신은 4년전 척추수술을 받은 후 집안일만 조금씩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경로당에서 보내고 있다.
젊어서 고생은 많이 했어도 잘 키워놓은 자식들이 있어 힘을 얻고 몸은 비록 나이가 들어 예전 같지 않아도 두발로 걸어 다니면서 살 수 있어 행복하다는 황공순 어르신.
황 어르신은 다 늙어서 무슨 소원이 있겠냐고 말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늘 자식들이 건강하게 잘 살기만을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나는 이제 더 아프지 않고 이대로 잘 사는 것이 소원이고 우리 자식들, 손주들 하는 일마다 잘 되는 것이 내 진짜 소원이야”라고 얘기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