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세월 끝자락에 온 큰 행복에 감사”
박 순 덕 어르신 / 법성면 대덕리
“전쟁도 겪고 하면서 참 그때는 다들 없이 살았어. 배곯는 날도 많았고 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었지. 그런 시절이 있었어.”
힘겨운 시절을 이겨내고 이제는 편안히 노후를 보내고 있는 법성면 대덕리 박순덕(82) 어르신.
장씨 집안 셋째며느리로 시집온 박 어르신은 8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결혼해 5남매를 낳아 길렀다.
“내가 열여덟에 시집을 왔는데 전쟁중에 시집을 온터라 얼마나 먹고 살기가 힘들었는지 말도 못해. 그때는 밥을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었다니까”라고 말한다.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우고 생계를 이어갔던 박 어르신은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농사로만 5남매를 키웠다.
“우리 영감님이 같이 해주니까 그만큼 하고 살았지. 술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어도 나한테는 참 잘해줬어”라며 “6·25 전쟁때 경찰이었거든. 그래서 지금은 저기 전북 임실에 묘가 있어”라고 말한다.
10년전 뇌졸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은 6·25참전경찰로 현재 국립임실호국원에 잠들어 있다.
“그래도 나라 위해서 일했다고 돌아가시니까 나라에서 다 해주대. 영감 있는 곳에 한번 갈려면 한참 멀어서 난 혼자는 못가고 가끔 한번씩 자식들 갈 때나 따라가”라고 얘기하는 박 어르신.
3년전 갑작스레 쓰러져 오랫동안 병원생활을 해야 했던 박 어르신은 아랫집에 사는 아들, 며느리와 마을사람들 덕분에 차츰 건강을 회복했다.
“우리 큰아들이 아랫집에 살고 내가 윗집에 살고 있는데 난 우리 아들, 며느리 없으면 이렇게 못 살꺼야”라며 “우리 며느리가 손맛도 좋고 집안일도 잘해. 덕분에 나는 매일 이렇게 경로당에 나와서 편하게 놀지”라며 웃는다.
마을사람들도 입을 모아 어머니를 지극히 모시는 큰아들과 며느리를 칭찬한다.
박 어르신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지만 이만큼 건강이 좋아져 마을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이 감사하기만 하다.
“아침 먹고 와서 경로당에서 점심도 해먹고 도란도란 앉아서 얘기도 하고 화투도 치고 얼마나 좋아. 요즘처럼 추운날에는 경로당이 최고지”라며 웃는다.
늙어서 자식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늘 멀리 있는 자식들이 그리운 박 어르신은 바쁘게 살아가는 자식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우리 5남매가 자기 앞가림 잘하면서 잘 사는 것이 내 평생 소원이야. 나도 이제는 조금만 아프고 때 되면 좋게 가고 싶지”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