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노인정 말고 게이트볼장에 모여”

- 묘량면게이트볼팀 -

2015-12-18     영광21

“아, 이 양반아 그게 아니여”, “내 말이 맞대두 그러네”
고성이 오가는 이곳은 묘량면게이트볼장이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큰 싸움이 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법도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다른 어르신들의 표정엔 장난기가 가득하다.
10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묘량면게이트볼팀(회장 이준섭 사진)에는 이렇게 항상 고성이 오가고 그만큼 큰 웃음과 활력이 가득하다.
이준섭 회장은 “우리 게이트볼팀은 운동도 하고 이야기도 하지만 가장 자주 하는 건 싸움이야. 서로 주장이 강해 만나면 일단 싸우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금세 풀고 웃거든. 티격태격하는 만큼 정도 깊고 서로 단합하게 돼”라며 웃는다.

묘량면게이트볼팀의 17년 역사를 넘어 50여년간 이어져 온 어르신들간의 깊은 정은 어지간한 다툼으로 금이 가거나 깨질 수준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팀의 평균연령은 75세에 달하지만 어르신들은 게이트볼을 칠 때만큼은 30, 40대에 뒤지지 않는 기력을 뿜어낸다. 어르신들이 입을 모아 주장이라고 소개하는 박성수 어르신은 “내가 다 가르쳤지. 게이트볼을 잘하려면 머리싸움을 잘해야 해”라며 웃는다.
박 어르신의 말에 다른 어르신들은 “저 양반이 박성수가 아니라, 박선수여. 게이트볼 선수라니까”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묘량면게이트볼 팀은 강한 승부욕으로 유명한 팀이다. 그래서인지 영광에서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만도 30여개가 넘는다. 가장 최근에는 법성에서 열린 읍·면 대항 게이트볼 대회의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기고 우승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지. 게이트볼을 치면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일단 이겨야 재밌거든.”
묘량면게이트볼팀 어르신들은 “나 빼고 다 죽을 때까지 게이트볼 치고 나도 죽으면 또 죽어서도 치면 되지”라며 게이트볼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얘기한다.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