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유행가 노랫말 같아”

김 순 심 어르신 / 영광읍 양평리

2015-12-24     영광21

“달도 차면 기울 듯이 인생도 그런 것이여. 사람이 꿈을 안고 살면 잘 살기도 하고 못 살기도 하지.”
남부럽지 않게 넉넉한 삶을 살며 꿈이 가득한 열일곱 소녀였던 김순심(89) 어르신은 꿈을 제대로 펼칠 새도 없이 혼란스러운 시대상황에 부랴부랴 결혼을 했다.
“그때는 일제시대였는데 결혼 안한 처녀들은 일본군들에 의해서 일본으로 징용을 가던 시절이었어. 나도 일본 안갈려고 결혼부터 했지”라고 말하는 김 어르신은 1살 연상의 남편과 서툴지만 단란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김순심 어르신은 “결혼하고 친정에서 1년 살고 그 다음해에 시댁 동네로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어. 일제때 출가해서 그땐 다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어서 고생도 많이 했지”라고 말한다.
아들 셋과 딸 셋을 낳아 기르며 농사를 지었던 김 어르신은 언제나 남편과 함께 하며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왔다.

누구보다 점잖았던 남편은 일을 할 때도 경로당에 놀러 갈때도 언제나 김 어르신과 함께 했다.
“우리 영감이 참 얌전하고 성격도 좋았던 양반이라 우리 자식들이 좋은 점만 닮았어”라고 말한다.
언제나 김 어르신의 편이었던 든든한 남편은 올해 초 따뜻한 봄이 지나갈 무렵 김 어르신의 곁을 떠났다.
김 어르신은 “한 평생 내편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떠나서 안타깝고 허전하지. 그래도 같이 살았다고 해서 같이 갈 수는 없으니 인생은 뜻대로 안될 때도 있다 하고 살지”라고 말한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몇개월 흐르지 않아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고 보고싶은 마음이 크지만 김 어르신은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영감이 없는 만큼 우리 자식들이 그 배로 나한테 잘해주니까 나는 괜찮아. 주말마다 와서 집안 청소도 해주고 나 먹을 것도 다 챙겨주고 키워놓은 보람이 있지”라며 웃는다.
김 어르신은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해 소일거리 삼아 하는 밭일을 할 때나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때에는 흥얼흥얼 유행가를 따라 부른다.
“노래 가사를 가만히 들어보면 다 우리 인생얘기더라고. 내 인생을 대신 얘기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해. 부를 줄은 모르고”라며 수줍게 웃는 김 어르신은 홀로 남았지만 외롭지 않다.
“자식들이 있고 인심 좋은 마을 사람들이 있는데 외로울 일이 뭐가 있어. 유행가 노래처럼 쿵짝쿵짝 재밌게 살다가 우리 영감 곁으로 갈꺼야”라고 얘기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