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가슴으로 즐기는 특별한 볼링
- 손영농볼링클럽 -
있는 힘껏 볼링공을 레일에 굴리면 미끄러지듯 핀을 향해 공이 빨려 들어간다. 레일을 구르는 볼링공 소리와 공이 핀과 부딪치는 경쾌한 파열음 같은 소리는 일절 없다.
이들에게는 소리 대신 눈으로 보는 즐거움, 팀원들과 맞잡는 손의 감촉 그리고 말없이 서로를 응원하는 뜨거운 눈빛이 있다.
손으로 말하는 영광 농아인들의 볼링클럽인 손영농볼링클럽(회장 이명재 사진)은 5년째 볼링을 즐기며 팀원간 친목을 다지고 운동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이명재 회장은 “우리팀은 청각 대신 시각이 발달해 집중력이 특히 뛰어납니다. 그래서 다들 볼링을 좋아해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손영농볼링클럽은 한빛본부의 지원으로 시작돼 한수원 볼링팀인 동그라미볼링클럽과 꾸준히 교류전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고 비장애인과의 즐거운 소통을 경험하고 있다.
영광군수화통역센터 김정선 팀장은 “처음에 농아인들이 모여 볼링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영광군체육회에서 강의도 해주시고 한수원에서 지원도 해줘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죠”라고 말한다.
많은 도움으로 발전한 손영농볼링클럽은 이제 장애인체육대회 등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명실상부한 영광 대표 장애인체육팀이 됐다. 특히 이명재 회장은 애버리지 180 ~ 210점 사이를 기록하는 실력자로 전남도대표로 여러번 입상한 경력까지 있다.
“운동을 통해서 장애인들의 활발한 생활을 돕고 비장애인과도 소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길러줄 수 있어서 볼링팀을 만들어 꾸준히 해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웃는 이명재 회장은 “농아인들이 볼링뿐 아니라 운동 하나씩은 꾸준히 해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돕고 싶습니다”고 말한다.
이들이 손으로, 가슴으로 즐기는 볼링이 사회와 연결되는 단단한 돌다리가 되길 기대한다.
배영선 기자 ygbys@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