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참 좋은 세상에 사는 것이여”
박만순 어르신 영광읍 학정리
구불구불한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면 마을 끝자락에 번듯하게 지어진 경로당이 눈에 들어온다. 최근 마을에 경로당을 지은 영광읍 학정리 골남부마을.
골남부마을의 최고령 어르신인 박만순(85) 어르신은 “경로당이 생겨서 너무 좋아. 다리만 안아프면 춤이라도 추겠어”라고 말한다.
박 어르신은 열여섯살에 시집와 80여년 가까이 골남부마을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동네가 학정2구인데 나는 학정1구에서 시집왔어”라며 웃는 박 어르신은 아들, 딸들뿐만 아니라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10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5남매를 낳아 기른 박 어르신은 일만 하다 늙어버린 세월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제자리에서 잘 살고 있는 아들, 딸을 보면 뿌듯하기만 하다.
박 어르신은 지금까지 오로지 자식들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봄이면 산으로 들로 다니며 나물을 캐다 시장에 내다 팔았고 논농사, 밭농사를 지으며 열심히 일 했다.
“그 시절에는 버스도 많이 없어서 시장에 한번 나가려면 무거운 나물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한참을 걸어가야 했어”라며 “날 좋을 때는 산에 가서 솔방울도 주워다 팔았어”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나물장사만 10여년 넘게 하며 어려운 살림에도 아들, 딸들 대학공부까지 가르치고 싶었던 박 어르신은 불철주야 일하며 열심히 돈을 모았다.
“우리 아들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그때 기숙사비가 6만원이었어. 그때 당시 6만원이면 엄청 큰돈이었어”라며 “어떻게든 6만원을 마련해서 주고 싶은 마음에 눈만 뜨면 일했어”라고 말한다.
박 어르신의 희생 덕분에 자식들은 번듯한 직장을 갖고 그동안의 어머니의 고생을 보답하며 살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은 “이 집 아들, 며느리는 주말마다 와서 어머니 보살펴 주고 그래”라며 “이번에 경로당을 지을 때도 지원을 많이 했어”라며 칭찬한다.
박 어르신은 그동안 마을에 경로당이 없어 마을에 지어진 하우스에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여가시간을 보내왔다.
“우리가 놀데가 없으니까 비닐하우스에 모여서 놀았는데 겨울에는 추워서 놀지도 못했어”라며 “이제 경로당이 생겨서 너무 좋아. 우리 이장이 징하게 고생했어”라고 말한다.
박 어르신은 “우리 마을에는 버스가 안다녀서 병원에라도 한번 가려고 하면 멀리까지 걸어가고 했는데 이제는 행복택시가 있어서 좋아”라며 “오래 살다보니 이렇게 좋은 세상에서도 살아보네”라며 웃는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