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서와 삶 노래한 향토시인

영광의 문화예술인 74 - 시인 정설영

2005-02-18     박은정
“문학은 살아가는 ‘맛’을 표현하고 있다”


노을에 새긴 편지


이제
나 홀로 아리랑은 싫어요
어 머 니!

일곱 살 먹든 그 봄에
당신과 스텝이 엇갈려
48년 동안 제자리서 맴돌았어요

마지막 한 타임은
서로 얼싸안고
부르스를 추고파요

네……

‘노을에 새긴 편지’는 태어난지 4개월만에 아버지와 사별하고 7살 되던 해 어머니의 재가로 생이별을 한 정설영(58)시인이 어린 시절 멈춰버린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표현한 시다. 1948년 영광 군서면 남계리에서 출생한 정설영 시인. 그는 어린 시절 부모와 헤어져 조부모와 생활을 하며 자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란 동시를 처음 지으며 시를 만났다”는 그는 “원래의 꿈은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에 도화지나 크레파스를 계속 구입할 수 없어 그림 그리기를 포기했었다”며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환경속에서 늘 말썽만 부렸지만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 지은 시를 학교 벽 신문에 붙여줬던 것이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됐다”고 불안정했던 유년시절의 아픈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렇게 화가의 꿈을 접고 시를 지어가기 시작한 그는 고향을 지키고 농사를 지으며 주변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을 아름다운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정 시인은 1971년 영광에서 최초로 시화전을 열었고 〈칡〉이란 시집을 처음 발간하며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겨울나무〉 〈노을에 새긴 편지〉 〈부싯돌〉 등 지난해까지 모두 7권의 시집을 펴냈다. 정 시인의 시들은 향토적인 정서를 친근하고 감칠맛 나는 언어들로 구사하며 정감 어리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독설과 구수한 사투리 문체로 통찰력 깊은 내면을 드러내 주고 있다.

“문학이란 인간답게 살기 위한 도구”라며 “사람이 없으면 문학도 존재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맛을 표현한 것이 바로 문학이다”고 말하는 정 시인은 지역주민들의 정서적인 고갈로 인한 문학의 ‘동맥경화’를 염려했다.

20여명의 영광출신 회원들이 창작과 비판 등을 통해 순수 문학활동을 펼치고 있는 칠산문학회의 창단주자인 그는 지역의 문학 발전을 위해 후배 문인들과 함께 깊이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다. 그는 또 선배시인 조 운 선생에 대한 탐구를 하며 생애와 당대의 역사적 환경, 그리고 그의 작품 하나 하나를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오로지 문학 하나만을 위한 일념으로 삶을 살아온 그가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고향을 위하고 지역을 위한 문학의 바른 정착을 돕기 위한 작업을 하기 위해 마음이 무척 바쁘다. 이런 그의 문학에 대한 ‘일편단심’에 지역과 후배 문인들은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크게 쳐주면 좋을 듯 싶다.




내일
모레
글피

아니

스물 서른 마흔 지나

아니 아니

머리칼 샌
예순 쯤

더 이따가 이따가

이승 고개 너머
영원의 벼랑 끝
거기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