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100세 인생 살거야”

고양님 어르신 법성면 법성리

2016-05-12     영광21

지극한 효심으로 오랜 세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며 고생은 많이 했어도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 꽃피는 춘삼월 한가로이 하루를 보내며 남은 여생을 건강하게 살고 있는 고양님(91) 어르신.
전북 고창이 고향인 고 어르신은 꽃다운 18살에 7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우리 처녀때는 일본사람들이 결혼 안한 처녀들을 다 잡아가고 그랬거든. 그래서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일찍 시집을 보냈어”라고 말하는 고양님 어르신.
세상물정 모르던 어린 나이에 시집와 시어머니를 모시며 7남매를 낳아 기른 고 어르신은 안해본 일이 없을 만큼 고생을 많이 했다.
고 어르신은 “농사를 안 짓고 살아서 고생을 참 많이 했어”라며 “집 짓는데 일 다니고 다른 사람 집에 일 다니면서 번 돈으로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했어”라고 얘기한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밤낮없이 일했던 기억이 떠올라 마음 한켠이 씁쓸해지기도 한다.

20년전 중풍으로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남아 시어머니를 봉양했던 고 어르신은 마을에서 소문난 효부였다.
고 어르신은 “우리 시아버지가 인공때 돌아가시고 우리 어머니도 고생 많이 하셨어”라며 “참 그 시절에는 우리 영감도 끌려가서 많이 맞고 그랬어”라고 말한다.
지극한 효심으로 정성을 다해 모셔온 시어머니는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고 고 어르신은 그런 시어머니가 그립다.
“우리 시어머니 덕분에 내가 효부상도 타보고 그랬지”라며 웃는 고 어르신.
남편과 시어머니가 떠난 후 큰아들과 함께 지냈지만 몸이 아팠던 큰아들도 먼저 보내고 며느리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고 어르신은 “부산에 사는 막내아들 집에 자주 다니고 우리 큰 며느리가 곁에서 도와주니까 이만큼 살지”라고 얘기한다.
집과 경로당이 가까워 매일 경로당에 나와 시간을 보내는 고 어르신은 마을사람들과 함께 밥도 해먹고 화투도 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아침밥만 먹으면 부지런히 경로당에 나가. 걸음은 잘 걸으니까”라며 “보조기 밀고는 달리기도 할 수 있어”라며 웃는다.
고 어르신은 ‘살만큼 살아야지 너무 오래 살아도 힘들다’라던 시어머니의 말을 가슴에 간직하며 사는 동안은 건강하게 살겠다고 말한다.
“요양원 안가고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거야. 이렇게 좋은 세상 우리 시어머니만큼 오래 살다 가야지”라며 웃는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