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감이랑 알콩달콩 오래 살아야지”

오형배·김소례 어르신<영광읍>

2016-06-03     영광21

알록달록 예쁜 꽃이 마당을 한가득 채워진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느즈막히 여유를 즐기며 살아가는 노부부가 있다.
올해로 결혼 59주년을 맞이한 오형배(84)·김소례(82) 어르신은 한평생 가장 가까운 단짝으로 여생을 살아가고 있다.
김소례 어르신은 “23살에 중매로 결혼했는데 우리 영감은 어려서부터 청각장애가 있었어”라며 “내가 ‘이 사람을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에 결혼을 했지”라고 말한다.
남편 오형배 어르신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지만 언제나 밝은 미소를 띄며 김 어르신의 곁을 지켜왔다.
“영감이랑 말이 안통해서 고생을 많이 했어. 그래도 옆에만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며 웃는 김 어르신은 아들 둘에 딸 넷을 낳아 기르며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오씨 집안의 넷째며느리로 시집와 농사를 지으며 시어머니를 모시고 6남매를 키워낸 김 어르신은 젊은 시절부터 집안의 가장으로서 역할을 든든히 해왔다.

“참말로 아무것도 없이 우리 6남매 안굶기고 산 것만 해도 다행이야”라며 “우리 시어머니 덕분에 나는 효부상도 2번이나 받았어”라고 자랑한다.
김 어르신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가족 부양을 위해 힘쓴 남편 덕분에 이만큼 살아왔다며 남편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고 오 어르신은 엄지를 들어 보이며 쑥스러운 미소로 아내자랑을 대신한다.
김 어르신은 “우리 아들, 딸들이 얼마나 효자, 효녀인지 다 멀리 살아도 매달 집에 내려와서 집안일도 돌봐주고 그래”라며 “우리 애들만큼 잘하는 애들이 또 있을까 싶네”라며 웃는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힘든 농사일은 할 수 없지만 김 어르신은 시간이 날 때면 마당에 심어놓은 꽃과 나무를 가꾸며 시간을 보내고 남편과 함께 경로당에 나가 마을사람들과 함께 놀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김 어르신은 “우리 부부는 그 고생을 했어도 크게 아픈 곳 하나 없으니 감사하며 살지”라며 “옛날에는 내가 진짜 많이 아파서 죽다 살아났는데 우리 자식들 덕분에 살았어”라고 말한다.
그저 아들, 딸들이 잘살기만을 바란다는 노부부는 잘 지은 자식농사 덕분에 그동안의 고생을 다 보상받는 기분이라며 자식자랑에 끝이 없다.
젊은 시절부터 온갖 고생을 다하며 살았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었기에 버틸 수 있었고 나이가 들어서도 함께 여생을 보낼 수 있음이 감사하기만 하다.
김 어르신은 “나는 우리 아들, 딸들 잘 살고 우리 영감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나랑 같이 살아줬으면 좋겠어”라며 웃는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