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적에 고생했지만 지금은 정말 행복해”

신순자 어르신 불갑면 부춘리

2016-08-26     영광21

따사로운 햇볕이 코끝을 간질이는 나른한 오후. 푸르름을 뽐내는 산과 논 사이에 한 폭의 그림같이 펼쳐진 불갑면 마산경로당에서 신순자(85) 어르신은 마을 어르신들과 즐거운 노후를 보내고 있다.
산과 들에 가득 핀 꽃으로 꽃향기가 가득하던 어느 봄.
연지곤지를 곱게 찍은 꽃처럼 예쁜 열아홉의 수줍은 새색시는 불갑면 우곡리에서 부춘리까지 가마를 타고 4살 연상의 남편에게 시집을 왔다.
“따뜻한 봄에 가마를 타고 시집왔어. 아무 것도 모를 나이에 시집와서 모든 게 서툴렀지”라며 당시를 추억하는 신순자 어르신.
혼례를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군입대 했지만 신 어르신은 시부모님을 모시며 알뜰살뜰하게 집안일을 꾸렸다.
간혹 호랑이처럼 무서운 시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질 때면 남몰래 숨어 눈물을 훔치곤 했다는 신 어르신은 “그 때 고생하니 지금은 잘 살지”라며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한다.
군 제대후 집으로 돌아온 남편과 아들 넷, 딸 둘을 낳고 없는 살림이지만 남편과 함께 꾸려갔다는 신 어르신은 “알뜰하게 산 덕에 논도 사고 자식들 공부도 시켰어”라고 얘기한다.
자식들만은 풍족하게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자식들의 교육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신 어르신.
신 어르신은 “그래도 죽자 살자 허리띠 졸라매며 자식들을 공부시킨 덕에 지금은 작은아들이 군청에서 일하고 다들 잘 살고 있어”라며 웃는다.
호랑이같이 엄한 시부모님 밑에서 남편과 고생하며 지내온 지난 세월.
고된 시집살이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지내온 세월이지만 지금의 행복이 있기에 지난 세월의 고생은 점점 잊혀져 간다.
“자식들이 전화도 자주하고 엄마 먹으라고 맛있는 것도 사오고 그래. 자식들 덕분에 즐겁게 잘 살고 있지”라며 웃는 신 어르신.
효심 깊은 자녀들 덕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신 어르신이지만 가끔은 5년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남편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남편이 평소처럼 잘 지내다가 갑자기 가버렸어. 말도 못해보고 갑자기 그렇게 가니까 서운하고 그립기도 하지. 많이 보고 싶어.”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난 남편에게 약간은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그리운 마음이 더 크다는 신 어르신은 자상했던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면 괜스레 눈물이 나곤 한다고.
신 어르신은 “자식들이 건강하고 잘 지내는 게 최고 행복이야. 나는 지금 더할나위 없이 행복해”라고 말한다.
유현주 기자 yg21u@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