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폭락에 농심도 함께 무너졌다
전년대비 조생종벼 최대 24% 하락에 농민 분노·지역경제 피해 도미노 우려
■ 나락값 3만원대 현실로
본격적인 수확철을 앞두고 풍년의 기쁨이 아닌 농민들의 한숨소리만 곳곳에서 들려온다.
조생종벼 가격은 30년전 가격으로 돌아갔고 쌀값은 20년전 가격으로 돌아갔다. 서구화된 식생활로 쌀소비량은 크게 줄었고 급기야 쌀이 천대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년 연속 자연재해가 없고 9월 일조량이 좋아 쌀생산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생산량이 늘면서 영광군통합RPC에 보관중인 재고량은 이미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올해 40㎏당 4만2,000원에 거래됐던 조생종벼 가격은 3만8,000원선까지 떨어졌다. 나락값 3만원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쌓이는 재고량에 농협은 적자가 계속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영광군농민회는 지난 8월 나락값 폭락 대책마련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밥쌀용쌀 수입을 중단하고 2017년산 신곡 100만t을 공공비축미 2015년 확정가격인 5만2,260원에 조기매입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매년 41만t의 수입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값비싼 중국과 미국에 몰아주기식으로 쌀을 수입하고 수입한도량 제도인 글로벌쿼터를 적용하지 않아 낭비된 금액만도 2,0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값하락 문제뿐 아니라 전남쌀은 높은 미질에도 불구하고 전국 쌀유통시장에서 타지역 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등 홀대를 당하고 있다.
영광군의 대표 쌀브랜드인 사계절이사는집은 10㎏ 기준 2만8,000원인 반면 경기도 이천시의 임금님표 이천쌀은 10㎏ 기준 3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쌀값하락과 대책없는 정부의 행태에 농민들은 올해 수확한 나락을 판매조차 하지 못할까 하는 불안한 심정이다.
영광 농민들은 이달 19일부터 각 지역별로 비상총회를 열고 정부와 농협, 지자체에 공동요구안을 채택했다.
이들은 벼수매가 결정위원회 구성, 쌀수입 전면중단, 변동직불금 현실적 대책,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조례 제정·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전국농민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던 보성군 백남기 농민이 지난 25일 숨을 거뒀다.
영광군농민회를 비롯해 전국농민회는 각 지역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전남도의회 오미화 의원은 27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지난 10개월 동안 어떻게든 조사를 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던 검찰이 이제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백남기 농민을 두번 죽이는 부검을 운운하고 있는 것은 막장으로 치닫는 이 정권의 후안무치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특별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