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문제를 푸는 진정한 해법

데스크칼럼 - 박찬석 / 본지편집인

2005-03-30     영광21
정부는 지난해 3월 신용불량자 대책을 내놓으면서 마지막 대책이라고 강조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새로운 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의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제발 이번 대책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살펴보았으나 결과는 '아니올시다'였다.

정부의 이번 대책을 간단히 요약하면, 기초보장수급자는 이자 전액을 감면해 주는 대신 수급자에서 벗어난 뒤에 원금을 장기 분할 상환하도록 하고, 청년층 신용불량자는 취업할 때까지 최장 2년간 채무상환을 유예하며, 영세자영업자는 원금상환 유예 후에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장기 분할 상환하도록 하거나 또는 은행별로 자체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의 정부대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둔 선심성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대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첫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금융기관 부채를 성실히 갚아온 사람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고, 둘째 성실한 사람들에게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으며, 셋째 금융기관의 자체적인 판단을 막아 시장메커니즘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비판은 분명히 타당하고 옳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신용불량 문제를 우리 사회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방치하기엔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고 깊다. 신용불량의 문제로 사람들은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해체되어 노숙을 하는 등 각종 사회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왕에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대책이라면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도록 한 근본원인을 철저히 치료하도록 하는 처방을 했어야 하는데 정부의 대책은 거기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 어떻게 보면 정부의 대책은 뼈가 부러진 다리 위에 약만 바르는 것과 다름없다.

뼈가 부러진 다리를 낫게 하려면 깁스를 하고 부러진 뼈가 잘 붙도록 상당한 기간동안 양질의 영양분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부러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기초보장수급자에서 벗어난 후에 원금을 갚게 한 조치는 대상자에게 수급자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세자영업자에게 다른 지원 없이 대출만을 늘려주는 것은 빚만 더 지게 하는 처사와 차이가 없다.

기초보장수급자는 파산선고와 면책을 통해 채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고, 영세자영업자들은 소득이 있는 경우이므로 개인회생제도를 통해 가용소득 범위 안에서 최장 5년간 채무를 변제한 후 완전히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빈곤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존재하는 한 생계형 신용불량자 문제는 어떠한 모습으로든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경제정책 실패와 부실한 사회안전망이 생계형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게 된 주된 요인이기에 정부는 좀더 근본적인 처방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