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영광상사화예술제 글짓기 입상작(중·고등부)
금상 아름다운 손
김선화/ 법성고2
내가 열일곱살 때 그러니까 작년 일이었던 것 같다. 아빠는 항상 아침마다 작고 오래된 흰자동차로 나를 데려다 주셨다. 나는 그런 아빠의 차를 타고 다니며 누가 나를 볼새라 항상 서둘러 내려 빠른 걸음으로 학교에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평소와 같은 저녁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일 먹으라는 말이 아닌 ‘아빠가 싫냐’는 물음이었다.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아빠가 창피하냐는 말씀에 나는 말이 없어지고 문득 나는 도대체 어떤 딸이었던 것인가 혼란이 왔다.
나는 그 물음에 아니라고 얼버무리고선 방에 쏙 들어갔다. 그런 내게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며 울컥 눈물이 차올랐을 때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나를 꽉 안아주시고선 아빠가 말은 안해도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냐고, 아빠라고 남잔데 차 바꾸고 싶은 마음 없겠냐고 그 돈으로 조금이라도 더 너희를 위해 쓰려는 아빠의 마음 모르겠냐고.
언뜻보면 꾸짖는 말 같음에도 속은 나를 위한 따뜻한 말씀이셨다. 엄마가 아빠께 사랑한다고 말하라며 방문 손잡이를 돌릴 때 시야 속으로 들어온 상처와 궂은 일로 인해 투박해진 손이 들어왔다.
그 방문 틈사이로 보이는 아빠의 손에도 비스무리한 상처와 멍이 있었던 것 같다. 고작 이런 이기심으로 가득찬 나를 위해 애쓰며 살아온 부모님이 너무 가엾고 죄송해 나는 울고 말았고, 내 티눈없이 상처없는 손이 너무 창피해 주먹을 꽉 쥐었다.
누가 볼새라 불끈 쥐어진 주먹은 펴질 줄 몰랐다. 엄마와 아빠의 손에 비해 터무니없이 깨끗한 내 손이 못나고 못나 보이는 순간이었다.
누군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나의 엄마와 아빠의 손이라고 말할 것이다.
금상 푸른멍
봉엘림/ 영광고1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 때문에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나는 파스타나 피자 보다 순대나 국밥 같은 시장음식을 더 좋아한다.
어린이집을 가기 전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따뜻한 물을 받아와 꼬질꼬질한 얼굴을 씻겨주고 헝클어진 머리칼을 빗겨주던 건 할머니였다.
나에겐 가장 크고 강해 보이던 할머니였지만 사실 오랜 신장투석으로 몸은 건강하지 않으셨다. 일주일에 세번은 꼭 전대병원에 가서 투석을 받으셔야만 했고 실처럼 마른 팔에는 항상 짙은 주사바늘 흉터와 혹이 부풀어 있었다. 엄지손톱에는 사라지지 않는 푸른멍이 자리 잡아 언제나 봄 냄새가 풍길 때쯤엔 붉은 봉숭아물을 물들였고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엔 발그레한 복숭아빛 네일을 손톱위에 얹었다. 그러던 2012년 세상이 하얗게 덮힌 겨울 할머니의 건강이 악화되었고 그 다음해 봄부터는 할머니와 봉숭아물을 들일 수 없었다.
나의 유년시절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여름밤 조잘대던 나의 말벗이 되어준 할머니가 고맙고 깎아도 다시 자라나는 손톱처럼 잊을만 하면 나를 다시 찾아오는 할머니가 난 지금 너무 그립다.
은상 부모님께
서성경/ 염산중1
내가 기억하는건
오남매 키우시면서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식당일에 젖어있던 엄마손
동트기전 고깃배 타고
바다로 나가 돌아오실 때면
비린내 가득했던 아빠 냄새
당신은 막내딸 바보여서
어설픈 재롱에도
얼굴에 가득 함박웃음꽃
큰오빠 하늘나라
먼길 떠나보내고
마르지 않던 눈물과 긴 한숨이
제 가슴에 남아 있어요
이제는
젖은 엄마손
작지만 따뜻한 손으로 잡아 드릴게요
비릿한 아빠 어깨
정성다해 주물러 드릴게요
긴 한숨과 눈물 날려버리게
큰 웃음으로 바꿔 드릴게요
금상 손톱 정리
김은총/ 홍농중3
손톱을 깎아 밤하늘에 갖다대면
모두를 환히 비추는
초승달이 되네
비오고 난 하늘에 갖다대면
누구나 반해버릴
무지개가 되고
바람에 맞춰 춤추는 바다에
갖다대면 귀여운
종이배가 된다
“지금 뭐하고 있니?”
엄마의 말에 초승달, 무지개, 조각배를
쓸어 담는다
다음엔 어디에 갖다댈까?
은상 물수제비
김기정/ 영광고2
부모님과 함께 갔던
가을의 바다는
파도가 인사하고
바람이 속삭였다
바람의 속삭임에
아버지 하나, 어머니 하나
그리고 나 하나
오른손에 돌을 쥐고
아버지
한탕두탕세탕-네탕-다섯탕 퐁
어머니
한탕두탕세탕-네탕 퐁
나
한탕두탕세탕 퐁
물수제비를 하다
문득 보게된
아버지, 어머니의
손에 들고 있던 돌
뭉툭한 그 돌은
아버지의 손이었을까
갈라진 그 돌은
어머니의 손이었을까
내 기억속의 그 돌은
파도 속에서도
조금씩 조금씩
뚜렷해져만 간다
금상 우정의 비밀
이수아/ 영광여중3
‘우정’ 친구사이의 정을 일컫는 단어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사이, 그 뒤에는 어떤 이면이 숨어 있을까?
길을 걷다보면 여자아이들이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들이 보이곤 한다. 사실 친구들과 같이 다니다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때로는 열등감이 들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쟤는 어떻게 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만 이러는 건가하고 고민하면서 다른 생각을 해보려고 했지만 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딱히 나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친구라는 존재는 내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고 내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가족같은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더 걱정되고 신경쓰인다.
SNS상에서 친구였던 사람이 그 사람을 저격하는 글을 올리거나 연예인이 된 친구가 예전에 어디를 수술했다던가 누구를 괴롭혔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글들을 보면 친구가 믿을만한 존재인지 우정이라는 게 과연 저런 걸 일컫는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든다.
어느 순간부터 친구가 이렇듯 믿을 수 없는 사이가 된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우리가 밖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면이 강해졌기 때문인 듯하다.
예쁘게 보이는 걸 중요시 하다보니까 성형도 하게 되고 화장도 하게 된다. SNS에 허세를 부린다고 하지만 그 조차도 내가 잘났음을 보이기 위한 도구이다.
남을 깎아내려야 내가 올라갈 수 있는 1등을 우대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도 비밀스러운 일인 것이다. 오죽하면 고민을 털어 놓기에 제일 좋은 상대는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이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살짝 확대해석해 보자면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인데 힘들 때 누구도 곁에 없고 믿었던 친구마저 나의 고민과 걱정을 뒤에서 비웃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내가 얼마나 내려갈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특히 별일 아닌 걸로도 쉽게 상처받는 우리는 후에 사회에 나가서 쉽게 친구를 맺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대부분 우정을 생각하면 밝고 따뜻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포근한 이불같은 생각으로 미소 짓지만 사실 그 우정이란 태양이 가려버린 1등이란 구름이 우정과의 사이에 불신이란 그림자를 만들어 마냥 좋은 친구란 단어가 들어갈 자리를 없애버린다.
사회에서 1등을 우대해 주는 구름이 걷히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림자는 걷힐 것이다. 우정의 비밀이라는 것은 사실 허울뿐인 우정에서 갈피를 못잡고 헤메는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진짜 우정과는 차이가 없다.
구별이 힘들뿐만 아니라 나만 진짜 우정일 수도 있는 친구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한다. 해서 우리는 우정의 굴레에 얽혀있는 허울뿐인 우정에서 서둘러 발을 빼고 서로를 존중하는 우정에 발을 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