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잘되길 바라는 게 부모마음이지”
박향님 어르신 / 법성면 덕흥리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가을의 문턱에서 찾은 법성면 덕흥리 지장경로당.
마을 어르신들과 옹기종기 모여앉아 화투놀이에 한참이던 박향님(86) 어르신은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어서 들어와”라며 주름가득한 손으로 새콤한 귤 2개를 집어 건넨다.
한참 화투패를 보며 고민을 하던 어르신은 이내 “그래도 내가 이야기를 해준다고 약속했으니 시작해야지”라며 살아온 인생이 담긴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한다.
장수촌이라 불리는 법성면 신장2리에서 8남매중 둘째로 태어난 박 어르신은 22살 어린 나이에 3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시집와 평생을 함께 했다.
박 어르신은 “여기 사람들 대부분 벼농사를 짓고 살았제. 벼농사 지어서 자식들 먹여 살리고 공부도 시키고. 할 줄 아는 게 농사뿐이었으니 별 수 있었겠어?”라며 웃는다.
자식들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허리를 펴고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농사를 지으며 6남매의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젊음.
젊었을 적에 겪은 고생을 다 얘기하려면 몇날 며칠을 홀딱 새버려도 모자랄 만큼 자식들을 키우면서 많은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그 노고를 알아주듯 잘 자란 자식들이 있기에 행복한 마음뿐이다.
“자식들이 지금 다 서울서 회사 다니고 있어. 손주도 7명이나 있고. 애들이 서울에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좋지”라고 말하는 박 어르신.
농부가 한해 추수를 끝내고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을 바라보면 마음이 벅차오르듯 착하고 바르게 잘 자란 자녀들을 보면 마음이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하고 뿌듯하기만 하다.
게다가 머나먼 타지에서 열심히 일하며 매일같이 전화로 고향에 남겨진 어머니의 안부를 꼬박꼬박 묻는 효심 깊은 자녀들.
이러한 효심은 이미 마을에서 소문이 자자해 마을 어르신들은 “이 집 아들, 딸들이 그렇게 착해. 엄마한테 얼마나 잘하나 몰라”라며 입을 모아 칭찬한다.
평생 해오던 농사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 그만두고 경로당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화투도 치고 체조도 하며 즐거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는 박 어르신.
“자식들 건강해서 잘 사는 것이 소원이지. 다른 소원은 전혀 없어. 부모 마음이 다 거기서 거기지 다른 마음 갖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라며 환하게 웃는다.
유현주 기자 yg21u@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