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영광상사화축제 시·수필 인터넷 공모전 입상작
입선 꽃보다 남자
조성이 / 영광읍 물무로
어머나~,
꽃무릇 망울 텄다고 이렇게 기별 주시다니요
그것도
산장의 여인처럼
삭막한 이 서울에 묻혀 잊혀진 제 이름
연실아~, 연실봉아~ 불러주며
오직 저 하나만을 위해
그것도 금요일밤에
꽃소식 주시다니요
자정 넘어 12시15분에 감사드려요
불갑오빠 보내주신 이 문자엔
작년 이맘때 보았던
황금들녘속 주차장이며
거리의 악사며
상사화 시화전이며
잘익은 막걸리며
다 들어 있네요
이밤,
벌겋게 잠못들게 해주셔서
새벽 3시25분에 감사드려요
어머나 어머나~,
올해는 꽃무릇에
가을비 연인처럼 속살거린다고
그렇게 기별 주시다니요
비를 좋아하는 이 몸
나보다 더 잘 아는 한사람 노을처럼 있다고
그리하여,
세상은 다시 눈부신 아침이 된다고
이렇게 차가운 기계로
이렇게 뜨거운 소식 주시다니요
새벽 5시30분에 울먹울먹
저
내
려
가
요
불갑산으로
입선 영광(노을)
전두례 / 영광읍 신남로
이슬을 싣고
낮달을 실어
별들의 고향으로 가는 길
서쪽 하늘
구름밭에 둥둥
흐놀다 흐놀다
꽃으로 피었는가
칠산을 사랑한
농익은 여인네의 춤사위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천륜을 짊어진 채
가위춤에 흔들리는
가슴 뜨거운 노을꽃
※가위춤 - 가위를 자꾸 벌렸다 오므렸다 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입선 상사화
최자치 / 전남 완도군
모악의 하늘이 파랗게 내려와 불갑산 수류를 적시면
참삭나무 그늘에 애절한 사랑 떨구고 붉게 피는 꽃이여!
공주의 미소 가을바람처럼 선승의 가슴을 흔들어
이별의 눈물 보일 수 없어 꽃잎 채 나기전 맨 얼굴 볼까
붉어진 얼굴 하늘만 바라보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은 단장의 고통으로 몸부림쳐
향기로움도 마다하고 나무 그늘 벗 삼아 불 무리 피었네
천년 사랑이 공간을 넘고 시간을 지내어 올 가을에
산야를 붉게 붉게 물들어 재회의 기다림으로 불갑에
또 찾았구나.
입선 불갑찬가
박채연 / 불갑면 방마리
지금 난 38살. 세 아이의 엄마인 영광군민이다.
16년전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도도한 여자 앞에 나타난 한 남자.
경북서 나고 자란 내게 외국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던 전라도 영광을 어린 시절의 회상으로 소개시켜준 그 남자의 손을 잡고 처음 영광군 땅을 밟았다.
시골로만 여겨지던 작은 땅위에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투박한 사투리 속에서 묻어 나오는 정도 있고 화려한 먹거리 속에 건강해지는 맛까지. 그 속에서 덩치 커다란 이 남자의 어린 시절까지 엿볼 수 있었다.
‘부부’라는 인연을 맺은 내게 ‘영광’은 나와 내 아이들의 삶의 터전이 되고 붉은 화려함속에 그리움을 숨긴 상사화로 가득 한 불갑산은 우리집 앞산이 되어 가족사진에 늘 함께하는 배경이 되었다.
고향인 경북을 벗어나 살아본 적 없는 나의 부모님들마저 반하게 만든 한 폭의 그림 같은 불갑산의 모습은 영광군민으로 살아가는 나를 으쓱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병풍처럼 둘러 쌓인 아름다움에 보이지 않는 바람마저 예쁜 불갑의 하늘 아래에 조용히 눈을 감고 손을 뻗어 보면 손끝까지 전해지는 깨끗한 상쾌함이 감히 그 누구에게도 제2의 내 고향이 된 영광을 자랑하게끔 만든다.
20대 때의 도도했던 나의 모습이 그렇게 영광으로 인해 조금씩 다시 보인다.
한줄기 꽃대에서 피고 지는 잎과 꽃이지만 서로 바라볼 수 없는 상사화처럼 한 사람의 여생이지만 다시 볼수 없는 나의 지난 시절이 그리고 먼훗날 지금의 내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그리움이 될 수 있도록 영광에서 더 열심히 더 예쁘게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