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흐르는 세월만큼 정도 쌓여요”
31 - 군서면 매산1리
매서운 칼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 뜨끈한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도란도란 하루를 보낸다.
여유로운 농촌은 마을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이 많고 정을 나누는 시간도 많다.
신양, 가산, 구산, 내방, 산꼬지 등 5개의 자연마을로 이뤄진 군서면 매산1리(이장 정영순)는 40여가구에 5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주민들은 여느 마을과 같이 벼농사, 양파농사 등을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한 어르신은 “오늘은 다같이 가서 깨끗하게 목욕하고 왔어. 1년에 1번씩 다같이 가서 묵은 때도 벗기고 정도 쌓고 그래”라며 밝게 웃는다.
1년에 1번씩 다함께 모여 목욕탕을 가고 꽃피는 봄이면 여기저기 관광도 다니며 즐겁게 살아가는 매산1리 주민들.
정영순 이장은 “‘우리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한식구나 다름 없어요”라며 “우리 마을은 군남면소재지와 가까이 위치한 마을로 교통편도 좋고 주변 환경도 좋아서 살기 좋은 마을이에요”라고 소개한다.
매산1리의 5개 자연마을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내방마을은 조선 광해군시대 1708년경에 김해김씨에 의해 마을이 형성돼 마을방죽 안쪽에 있다고 해 내방마을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진정한 이웃사촌
가산마을은 1680년경 해주정씨가 정착해 마을을 형성했으며 살기 좋고 아름다운 마을이라 해 아름다울 가佳 자와 뫼 산山자를 써서 가산마을이라 불렸다. 이후 1914년 행정구역개편 당시 군서면으로 개편돼 가산과 산꼬지마을로 나눠지게 됐다.
정 이장은 “마을 역사가 정말 오래됐죠. 옛날에는 사람도 많이 살고 언제나 북적북적했는데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고 대부분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에요”라고 말한다.
올해로 3년차, 아직은 새내기 이장인 정영순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딸 같은 이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이고 말도 못하게 잘한당께”라며 “마을 심부름도 잘하고 어른들한테도 참 잘해”라고 어르신들은 정 이장 칭찬에 입이 마를 새가 없다.
정 이장은 “어르신들 덕분에 마을 단합이 더 잘되고 마을이 5개나 되도 얼마나 잘 모여 주시는지 제가 다 감사하죠”라고 쑥스러운 듯 웃는다.
정 이장은 여성이장답게 섬세하고 꼼꼼하게 마을일을 살피고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여자어르신 인구가 많은 매산1리는 경로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경로당이 도로변에 인접해 있어 낯선사람의 접근이 쉬운 단점이 있다. 또 어르신들이 이용할 만한 운동기구가 없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정 이장은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서 CCTV가 설치됐으면 좋겠어요”라며 “어르신들이 이용하실 수 있는 운동기구도 설치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
정영순(53) / 이장
우리 매산1리는 인심 좋고 단합도 잘되고 1년 내내 화목해요. 바쁜 농사철에도 한가한 겨울철에도 함께 모여서 식사도 하고 한식구처럼 살고 있어요.
앞으로도 주민화합을 위해서 마을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일할 생각이에요.
주순임(74) / 마을주민
우리 마을은 여자들이 일을 잘해서 이장도 계속 여자이장이었어. 지금 우리 이장도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몰라. 사람이 서글서글하니 성격도 좋고 어르신들한테 하는 것 보면 딸보다 더 잘해.
이차례(83) / 마을주민
공기 좋고 물 좋고 산 좋고 다 좋지. 어딜가도 우리 마을만큼 좋은데 없을 것이여. 사람들도 다 순하고 좋고 혼자사는 사람들이 많아도 다 안심하고 살만큼 마을이 평화로워. 나는 우리 마을이 최고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