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지 선정발표 "참으로 어이없다"

핵폐기장 후보지, 영광 고창 등 포함 동·서해안 4곳 선정

2003-02-04     김광훈
영광군이 핵폐기장(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후보지중 1곳으로 발표된 4일 오후 영광지역이 급격히 격앙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이 4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52차 원자력위원회 보고에서 핵폐기장 건설 후보지 4곳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후보지로는 홍농읍 성산리와 전북 고창군 해리면 광승리를 포함해 경북 영덕군 남정면 우곡리와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등 동·서해안에 각각 2곳이다.

그러나 지역분위기는 영광과 고창이 바로 인접해 있어 사실상 영광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격앙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동해안에 선정된 영덕군·울진군 등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자부는 앞으로 1년동안 정밀지질조사와 지역협의를 거쳐 내년 3월쯤 정부와 학계 연구계 사회단체로 구성되는 부지선정위원회에서 최종부지를 동·서해안에 1곳씩 2곳을 결정할 계획이다.

또 최종 부지 2곳에는 각각 30만평 규모의 입지에 7,500억원씩 1조5천억원을 투입해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2008년까지,사용 후 연료의 중간 저장시설을 2016년까지 완공할 방침이다.
투입되는 사업자금에는 해당지역 2곳에 3천억원씩 지원되는 지역지원금도 포함돼 있다.

선정 결과에 따르면 영광 홍농읍 성산리와 고창군 해리면 광승리 일대는 자연환경과 인문사회환경이 우수하다는 점이 선정 배경이라고 산자부는 밝혔다.

또 경북 영덕군 남정면 우곡리 일대는 울진을 비롯해 경주 월성과 경남 양산의 고리원전의 중간지역으로 해상 수송거리가 짧고 자연환경 조건이 양호하다는 이유로,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의 경우 지질조건과 인문 사회환경이 우수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산자부의 이러한 발표와 달리 발표후 지역분위기는 급격히 술렁이고 있다.

"4일 발표한 핵폐기장 후보지는 산자부가 정권교체기를 틈타 한국수력원자력(주)의 들러리로 선 음모다." 영광지역에서 반핵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의 말이다.

주민 김병선(33·염산면)씨는 "현정부가 한수원의 주민 수용성이라는 주장을 앞세운 채 수심이 얕는 등 입지조건이 부적절한 영광과 고창을 후보지로 내세운 것은 위험을 배가시키는 어이없는 정책"이라고 성토했다.

또 주부 김모(여·29·영광읍)씨는 "새로운 정부 출범이 눈앞에 다가와 한수원이 후보지를 발표할 수 있을까 설마 설마했다"며 "이번 발표는 국민의 축제로 치러질 대사를 앞두고 DJ정권에서 매맞겠다는 식이지만 저항이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원불교 허종화 교무는 "국제원자력기구는 핵시설과 같은 위험시설은 분산돼 있어야 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는데 산자부 발표는 기본적인 상식도 지키지 않은 결정"이라고 밝혔다.

핵폐기장반대 대책위는 5일 오후 긴급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또 원불교 교단은 오는 16일 서울에서 후보지 선정반대집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발표소식을 접한 영광지역 주민 30여명은 서울로 급히 상경, 후보지 선정발표를 성토했다. 집회에 참석한 장모(35)씨 등 집회 참가자 10여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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