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짓으로 세상과 소통해요”

서미진 <수어사랑119 회장>

2017-04-14     영광21

청각장애나 언어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사용하는 수화. 수화는 손짓으로 말하고 가슴으로 전한다. 최근에는 수화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해 언어에 사용하는 ‘어’자를 붙여 수어로 부른다.
우연한 기회로 수어를 접한 후 16년간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서미진씨.
현재 청람원노인장기요양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서미진씨는 수어모임인 <수어사랑119>의 회장으로도 활동하며 오랜 시간동안 농아인들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미진씨는 “24살쯤 병원에서 일하던 중에 우연히 수어를 배울 기회가 있었어요”라며 “그때는 병원을 찾는 농아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도 계속 수어를 배우며 봉사활동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서툴지만 자음, 모음부터 배워가는 재미가 있어 수어의 매력에 푹 빠진 서 씨는 직접 동아리를 결성해 활동하며 많은 이들에게 수어를 전하는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남들이 못하는 것을 내가 도울 수 있고 하나씩 배워나가는 재미도 있어요”라고 웃는 서 씨.
그녀는 노인복지센터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수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직원들을 모아 수어를 가르치고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수어사랑119를 통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 씨는 “병원에서 근무할 때는 농아인 환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자리를 옮긴 후로는 대면하는 기회가 많이 줄었어요”라며 “직장뿐만 아니라 영광군수화통역센터에서 하는 행사에도 참여해서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라고 얘기한다.
수어는 일반 언어처럼 표준어가 있고 각 나라, 지역마다 특색을 가진 사투리처럼 구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배움을 멈출 수 없고 요즘 학생들이 쓰는 신조어나 다양한 언어를 배우면서 재미 또한 더해지고 있다.
서 씨는 “수어는 손짓으로만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을 통해서도 상당부분 전달이 돼요”라며 “농아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손짓은 서툴러도 표정을 보고 다 알아듣더라구요”라고 말한다.
수어를 가르치고 배우며 점점 늘어나는 언어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있는 서 씨는 1주일에 1번 수어사랑119 회원들과 함께 하며 수어사랑에 앞장서고 있다.
“언제라도 부르면 달려가는 119처럼 농아인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이 되자고 해서 수어사랑119로 이름을 지었어요”라며 “오는 6월에 있을 수어경연대회 준비에 한창이에요”라는 서 씨.
그녀는 작은 손짓을 통해 농아인들의 마음을 읽고 서툰 실력이지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다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