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안전대책에 성난 지역민심
10일, 청와대 기자회견·국회의원 간담회 개최
■ 안전성 확보 군민결의문 청와대 전달
갑작스러운 호우로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10일 청와대 앞은 한빛원전 부실시공을 규탄하는 한빛원전범군민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김규현·홍일성·박준화·신평섭·황대권)의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한빛2호기는 지난 2016년 10월31일 ~ 2017년 4월5일 계획예방정비기간 중 격납건물 내부철판 부식과 관통구멍, 한빛4호기는 지난 7월27일 방사능 유출을 막는 최후 방벽인 차단벽 내부에 구멍이 발견됐다. 원전은 안전하다는 한수원의 호언장담이 다시 한번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범대위는 지난 2일 한빛원전 격납건물 콘크리트 부실시공과 내부철판 구멍 발생에 대한 한빛원전 안전성확보 군민기자회견에서 채택한 군민결의문을 국무총리, 산업통상자원부, 전남도, 전남도의회, 영광군의회 등에 발송한데 이어 지역주민들의 열망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10일 청와대 앞에 모였다.
이들은 당초 이낙연 국무총리와 면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일정조율 실패로 무산됐다.
청와대 앞에 도착하자 청와대 행정관들이 범대위가 탄 버스를 제지했다.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범대위 관계자들은 청와대까지 걸어 들어가야만 했다. 청와대는 지척에 있었지만 한참을 걸어야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김규현 공동위원장(영광군번영회 회장), 신평섭 공동위원장(수협대책위원회 위원장), 홍일성 공동위원장(영광군이장단 단장) 등을 비롯해 26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탈핵에너지국 처장, 노동당 이경자 부대표, 녹색당 김주온 운영위원장 등 정당과 환경단체 등이 함께 했다.
기자회견은 한빛원전의 안전을 우려하는 범대위 공동대표단과 연대단체의 규탄발언이 이어졌다.
홍일성 공동위원장은 “조상만대에 지켜온 땅을 피폐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김영복 부위원장(수협대책위원회·수협장)은 “영광을 넘어 범국가적인 문제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춘하 부위원장(영광군농민회 회장)도 “한빛원전은 브랜드가치 하락 등 농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해왔다”고 규탄했다.
또 환경운동연합 양이원영 처장은 “한빛원전이 건설된 전두환 당시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됐으나 지금에 와서야 부실시공이 확인됐다”고 지적했으며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도 “20여년전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당시 한빛3·4호기는 지금 문제되는 부분들에 대한 숱한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녹색당 김주온 운영위원장은 “탈핵은 70년후의 일이 아닌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노동당 이경자 부대표는 “핵발전소는 일말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시설이다”며 “생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강력히 개입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규탄발언을 끝낸 범대위는 부실시공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우리의 요구’를 일제히 낭독했다.
세차게 쏟아지는 빗소리도 이들의 성난 아우성은 막을 수 없었다.
또 정영남 집행위원, 홍일성 공동위원장, 김관용 기획팀장은 지역주민들의 열망이 담긴 군민결의문을 청와대측에 전달했다.
■ 범대위 ~ 이개호 의원 간담회
기자회견을 마친 범대위 관계자들은 이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의원은 “청와대에 전달한 지역주민들의 요구사항이 전부 반영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또 “2042년 한빛원전 폐쇄까지 안전성을 확보해 피해축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빛원전민간환경감시위원회 이하영 부위원장은 “탈핵정책만큼이나 탈핵 이전까지 어떻게 원전의 안전을 담보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화도 매우 중요하다”며 “총체적으로 안전에 구멍이 났다”고 비판했다.
또 “이명박, 박근혜 정부 동안 한빛원전민간환경감시위원회의 예산이 계속 삭감됐는데 탈핵을 이야기하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오히려 이전 정부들 보다 예산을 더 삭감시켰다”며 “원자력 안전위원회의 적폐청산,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이 의원은 “관계 상임위에 내용을 전달해서 관련된 특위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그러나 당장 이행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민주당내 탈핵모임 차원에서 위원들이 현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또 민간환경감시위원회의 예산 감축과 관련해서는 “매우 충격적이다”며 “관련 예산을 반드시 복구하고 안전과 관련된 근본적인 인식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정이 모두 끝나자 오전내내 퍼붓던 세찬 빗줄기는 어느새 점차 잦아들었다. 청와대 기자회견과 의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범대위 관계자들의 표정은 만족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한빛원전 안전대책의 근본적 개혁에 대한 갈망과 희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