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야기 94 - 광양 억불봉(962m)

여름엔 철쭉과 초원 가을엔 억새능선

2005-05-19     영광21
억불봉은 광양 백운산(1,217m)의 왼쪽 어깨위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봉우리다.
억불봉은 광양시 옥룡면 동곡리에 위치한 봉우리며 산행은 광양제철소 수련원에서 시작하는 게 편리하다. 많은 등산인들은 옥룡면 동곡리에 도착하면 대다수 백운사 상백운암을 거쳐 정상인 백운산 상봉에 올랐다가 995m봉을 지나 동동마을로 하산하는 게 대다수다.

억불봉은 백운산 줄기에 매어있지만 알고보면 동남쪽으로 약 0.7km쯤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백운산 산행시 억불봉을 들렸다 오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백운산이 명산이고 높은 산세를 자랑한다면 억불봉은 귀한 자식을 낳아 옥동자로 모시는 하나에 귀염둥이 봉우리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봉우리다. 억불봉 산행은 동동마을 광양제철소 연수원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면 울창한 솔밭속으로 등산로가 잘 돼 있다.

어려움없이 약 1시간쯤 진행하다 보면 노랭이재 삼거리에 도착한다. 정돈된 이정표에는 제철소1.2km 억불봉1.4km 경찰고지 0.3km라고 표기돼 있다. 이정표를 뒤로하고 동쪽으로 30분쯤 진행하다보면 923m봉 헬기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억불봉은 0.67km라 표기돼 있지만 억불봉을 들리지 않고 995m봉으로 진행하는 등산인이 더 많다. 하나의 번거러움이라 할까? 이유는 갔던 길(0.67km)을 되돌아오는 코스로 약 30분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풀이된다. 억불봉에서 사면을 돌러본 다음 923m봉 헬기장에서 숨을 돌리고 995m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길은 초원과 철쭉이 어우러지는 가로수 꽃길이다.

초원 능선길을 지나 995m봉에 도착하면 광양제철소 연수원 정문앞으로 이어지는 하산로가 있다. 이 길로 하산하다보면 산의 중턱에서부터 도로변까지 서울대학교의 연습림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숲길로 하산하게 된다. 서울대학교 연습림 알림판에는 총 122과 830종의 식물이 분포돼 있으며 '1993년 백운산 정상주변 10㎢를 자연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고 표기돼 있다.

또한 광양에는 명물인 고로쇠 약수도 있다. 신비의 약수로 알려진 고로쇠는 백운산 해발600m∼900m대에 자생하는 고로쇠나무에서 이른봄 경첩 무렵에 채취하는 수액이다. 뼈에 이롭다하여 ‘골리수’라고도 불리는 고로쇠는 관절염 위장병 신경통 성인병 등에 효험이 있고 자당 칼슘 마그네슘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로쇠약수는 신라군에게 쫓기던 백제병사가 백운산에 이르러 고로쇠나무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고 원기를 회복해 다시 싸움에 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통일신라 고승인 도선국사가 백운산에서 수개월간 가부좌 상태로 도를 닦은 뒤 일어서려 했으나 무릎이 펴지지않아 나뭇가지를 붙들고 일어서려는데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고 곧 바로 무릎이 펴졌다 해 '골리수'라 불리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이후 광양시에서는 1981년부터 해마다 경첩(3월5∼6일)이면 백운산 산신께 고장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데 술대신 고로쇠 약수를 제단에 올리기 때문에 '약수제'라 부른다.

산행코스
1코스 : 수련원 ~ 노랭이재 ~ 헬기장 ~ 억불봉 ~ 헬기장 ~ 995m봉 ~ 잣나무숲 ~ 수련원주차장 - 약 4시간20분 소요
2코스 : 노랭이재 ~ 헬기장 ~ 억불봉 ~ 헬기장 ~ 995m봉 ~ 1,100고지 ~ 상백운암 ~ 백운사 ~ 선동묵방 - 약 5시간30분 ~ 6시간 소요
3코스 : 수련원 ~ 백운산 완주코스(24.5km) - 약7시간 ~ 7시간3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