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잘 커줘서 고마울 뿐이야”

유숙자 어르신 / 군남면 월흥리

2018-01-16     영광21

추운 겨울 멀리까지 마중나온 어르신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하다. 83세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고운 얼굴을 자랑하는 유숙자(83·사진 왼쪽) 어르신은 전북 무주 설천리에서 태어나 4살때 영광읍으로 이사를 왔다.
영광스포티움이 생기기 전 뒤쪽에 있었던 ‘원구개’라는 마을에서 자랐다는 유 어르신은 19살에 4살 연상인 23살 남편을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사진만 왔다갔다 하고 결혼을 결정했는데 결혼 전날 남편이 부산에서 우리 집으로 내려와서 그때 처음 얼굴을 봤어”라며 “그래도 내 남편이라고 결혼 전날 식사를 하는데 남편 앞으로만 맛있는 음식을 밀어주다가 집안 어른들이 나한테 나가라고 하면서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라고 웃는 유 어르신.
그게 시작이었는지 유난히 금슬이 좋았던 유 어르신 부부는 아들 셋, 딸 다섯을 낳아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았다. 큰 집에서 우체국에 근무했던 남편과 일꾼들을 두고 아이들을 키우며 그 시절을 풍족하게 보냈던 유 어르신.
하지만 아들 한명을 교통사고로, 딸 한명을 질병으로 먼저 떠나보냈다는 어르신은 2살, 3살 먹은 아이들을 두고 떠나버린 사위 대신에 손주들까지 거둬들여 키웠다.
유 어르신은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나 손주들이 어쩜 그렇게 말도 잘 듣고 예쁜지 키우느라 힘든 것 하나 없었어”라고 말한다.
그렇게 어르신이 키워낸 자식들은 모두 직장생활을 하고 간호사 등으로 일하며 누구보다 살뜰히 어머니를 챙긴다. 또 어르신이 키워낸 손주들도 포항에서 일하며 부모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챙긴다고.
유 어르신은 “손주가 포항 제약회사에서 일하는데 어제도 와서 영양제를 놔주고 가고 또 오늘은 방금 딸도 왔다 갔어”라고 흐뭇한 표정이다.
“3년전 남편을 떠나보내고 저녁에 집으로 들어갈 때면 텅빈 집에 혼자 불을 켜는 것이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었다”는 유 어르신은 그래도 매일같이 연락하고 자주 찾아오는 자녀들과 손주들로 그 빈자리를 대신 채워가는 중이다.
또 전정애(78) 어르신과 친구처럼 매일 함께 하는 유 어르신. 오전 8시면 집을 나서서 1시간씩 걷기운동을 한다는 유 어르신은 “굳이 바란다면 마을에 운동기구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웃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손주들 역시 건강하게 잘 살면 좋겠어”라고 얘기한다.
성슬기 기자 ssg5991@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