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년 보내는 게 우리들 소원이야”
김영곤·김석진 어르신 / 홍농읍 상하리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 홍농읍 상하8리 만수경로당에서 주민들과 함께 모여 앉아 뉴스를 시청하는 김영곤(80·사진 왼쪽) 어르신.
김영곤 어르신은 홍농읍 중앙동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마을지킴이 노릇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살아온 지도 어느새 80여년이다.
“어렸을 때부터 쭉~ 이 마을에서 살았지. 벗어나 본 적이 없어. 마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다 친하게 지내제”라고 말하는 김영곤 어르신은 21살에 중매로 20살 아내를 만나 아들 하나에 딸 여섯을 낳아 기르며 결혼생활을 했다.
몸에 장애를 갖고 태어난 첫째 아들에게 형제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를 낳다가 6공주 아버지가 됐다며 껄껄 웃는 김 어르신.
어느덧 55세가 된 아들은 참한 아가씨를 중매로 만나 장가도 갔다.
어르신의 금쪽같은 6공주는 모두 결혼해 광양, 서울에 살고 있지만 지극한 효심에 자주 시골에 내려와 손자·손녀의 얼굴도 보여주고 용돈도 준다고 자랑한다.
넉넉지만은 않았던 시절 아내와 함께 벼, 고추, 콩 등 할 수 있는 농사는 다 지으며 7남매를 키웠다는 김영곤 어르신은 “지금 돌아보면 넉넉지 못한 집에 와서 살림이루고 자식 낳고 살아준 아내한테 너무 고마워”라고 말한다.
오랜 세월 고생을 해온 탓에 김영곤 어르신은 천식을 앓고 있어 기관지가 좋지 않지만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친구가 있어 든든하다.
김영곤 어르신과 노년의 시간을 나누는 김석진(79) 어르신은 객지에서 살다가 귀농한지 10여년이 됐다.
김석진 어르신은 “어린 시절은 같이 보고 자라지 못했지만 노년을 함께하며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기쁘고 좋아”라며 “저 양반은 참 착하고 얌전해서 내가 배울 것도 많아”라고 말한다.
두 어르신은 매일 경로당에 모여 앉아 같이 TV도 보고 낮잠도 자고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김영곤 어르신은 “인생살이가 넉넉지만은 않지. 어려운 일도 겪고 행복한 일도 겪으며 그렇게 사는거야”라며 “몸 건강하게 노년생활을 즐기는 게 내 희망이야”라고 말한다.
“암 그렇지. 자식들, 손주들 건강하게 잘살고 우리들 건강히 살다가 노후 마치는 게 마지막 바람이지”라고 김석진 어르신이 화답한다.
두 어르신은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함께 재미나게 사세”라고 말한다.
변은진 기자 ej536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