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강하게 오순도순 삽시다”
정연순·김식모 어르신 / 불갑면 건무리
“가난해서 힘들게 살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참 힘들기도 했지만 우리 부부는 서로 힘이 돼 주면서 재미나게 이겨냈던 것 같아.”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 함께 고된 세월을 보냈다. 자식들 밥 한끼 더 먹이기 위해 서로 의지하며 이겨냈다. 그래도 서로가 있었기에 힘들지만은 않았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하는 김식모(81 사진 오른쪽)·정연순(78) 어르신.
올해로 결혼 57주년을 맞이한 부부는 평생 인생의 동반자이자 친구로서 살아가고 있다.
김식모 어르신은 “내가 24살에 아내를 만났어. 아내는 21살에 나한테 시집와서 고생 참 많이 했지”라며 “넉넉치 않은 형편이었지만 평생 나한테 타박 한번을 안주고 웃는 얼굴로 함께 해줬어”라고 말한다.
함평 나산면에서 불갑 건무리로 시집와 농사를 지으며 5남매를 키워낸 정연순 어르신은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역할을 든든히 해왔다.
“힘들었을 때 더 열심히 일하고 부부끼리 의지하면서 모든 일을 좋게 좋게 생각하면서 살았지”라고 말하는 정 어르신은 “우리 영감이 젊을 적에 얼마나 재미난 사람이었나 몰라. 힘든 일하면서도 나 재밌게 해주고 혹시나 내가 힘들까봐 일도 더 많이 해주니까 나는 힘든 것도 몰랐네”라고 자랑한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힘든 농사일을 할 수 없게 된 부부는 요즘 시간이 날 때면 마을회관에 나가 주민들과 함께 밥도 먹고 놀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김 어르신은 “젊을 적 고생했어도 우리 부부가 크게 아픈 곳이 없어서 감사하지. 그러니까 지금 회관에 나와서 사람들하고도 어울릴 수 있어”라며 “부족하게 키웠지만 자식들도 잘 자라줘서 이제는 우리가 자식 덕보고 행복하게 사네”라고 말한다.
고된 노동탓에 김 어르신은 20년전부터 한쪽 다리가 쑤시고 불편해졌지만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건강도 서서히 회복하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어르신의 5남매는 광주방송국, 우체국 공무원 등으로 일하며 명절 이외에도 수시로 어르신 댁에 드나들며 안부를 살핀다.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함께 여생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는 부부는 “이제 자식들도 다 잘 자랐은게 우리 둘이 먹고 살 수 있을 만큼만 텃밭에 심어서 가꾸고 먹고 하면서 재미나게 살고 싶어”라며 “손주들 잘 커서 취직 잘되고 우리 부부 건강하게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어”라고 말한다.
변은진 기자 ej5360@yg21.co.kr